토마 피케티 『21세기 자본』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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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 피케티 『21세기 자본』에 대한 오해와 진실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4.12.0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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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마 피케티.

자본주의에 내재한 불평등의 동학에 대한 실증적인 분석과 파격적인 대안을 제시한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광범위하고 치열한 논쟁만큼 핵심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도 난무하고 있다.

비판은 언제나 필요하다. 다만 비판에는 반드시 합당한 논거가 뒷받침돼야 하고, 그에 대한 재반박도 있을 수 있다. 이를 수용했을 때 비로소 균형 잡힌 이해가 가능하다.

『피케티 패닉』(글항아리)은 『21세기 자본』을 둘러싼 이 같은 논쟁과 자본담론의 핵심을 정리한 책이다.

『21세기 자본』의 한국어 번역 과정에 교열자로 참여한 김동진(영국 옥스퍼드대 박사과정) 씨가 핵심 내용을 중심으로 읽기의 뼈대를 세우고 피케티에 반박하는 이들과 동의하는 이들이 어떠한 논리나 사실에 기반하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예를 들면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가 자본가들이 납세를 위해 부를 사회에 내놓을 경우 발생할 금융 시장이나 부동산 시장의 충격을 걱정하지만 이 책에서는 피케티가 제안하는 자본세는 증세가 목적이 아니다고 반박한다.

주식 등을 내놓을 경우 이를 유동화시킬 필요 없이 국세청이 현물로 받아서 보관하면 되고, 경기가 과열되는 양상을 보일 때 시장에 내놓으면 경기 과열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갖는 동시에 국부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보수적·친시장적 매체인 ‘이코노미스트’조차 ‘아무래도 상위 1퍼센트는 맨큐보다 나은 대변인을 내세워야 할 것 같다’고 평가한 맨큐의 논평은 낙수효과 같은 일반론에 기대어 피케티를 비판하고 있어 그에 대한 반박을 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없을 지경이라고 지적한다.

반면 하비에르 살라이마틴, 브래드포드 드롱, 타일러 코웬, 케네스 로고프, 제프리 프랭클 등의 논의는 『21세기 자본』을 좀 더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며 자세히 소개한다.

특히 한국의 보수진영뿐 아니라 진보진영과 주류 경제학자들의 오독 또는 오류를 세 가지 형태로 구별해 반박하고 있다.

첫 번째 형태는 피케티가 책에서 주장하지 않은 점을 주장했다고 하는 진보진영의 오독이다.

즉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베타(β)값을 낮추어야 한다는 해석이 대표적인데, 이는 책에 쓰여진 사실과 다르며 피케티의 해결책은 β값을 낮추는 것에 있지 않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이러한 진보 진영의 오해는 보수 진영으로 하여금 ‘피케티는 부를 미워하는가’라는 잘못된 질문을 던지게 만들 수 있어 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형태는 그릇된 근거를 토대로 피케티의 책을 비판하는 경우다. 보완적인 내용이나 근거를 토대로 하지만 논리적 비약을 감수하고 무리한 비판을 이끌어내는 보수 진영이 이에 해당된다.

전형적인 예가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vs. 디턴의 『위대한 탈출』 누가 맞을까’ 같은 인식이다. 하지만 『위대한 탈출』 제5장을 통해 디턴이 (초부유층에 초점을 맞춘) 피케티의 연구를 얼마나 중요하게 받아들이는지를 정통 주류 경제학자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읽어볼 수 있으며 ‘피케티 vs 디턴’ 구도는 그릇된 설정이라는 점을 대번에 알 수 있다고 반박한다.

세 번째 형태는 중도적인 시각으로 피케티의 저서를 대하는 경제전문가들에게서 관찰된다. 마치 피케티가 모든 불평등의 원인을 부익부의 동학 때문이라고 진단했고 이미 세습자본주의가 도래했다고 주장한 것처럼 오독하는 경우다.

저자는 이에 대해 전형적인 ‘허수아비 논증의 오류’를 범하는 경우라고 지적한다. 알면서도 의도했다기보다는 책을 읽지 않았거나 오독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노동소득 불평등을 이해하는 데 있어 피케티의 노동시장 분석 대신 자본 소유의 분석틀(부익부의 발현으로 인한 부의 불평등)을 대신 적용해놓고는 이를 비평하고 있다는 것이다.

 

『21세기 자본』은 불평등이 늘 같았기 때문에 그냥 놔둘 문제가 아니라 실은 거대한 굴곡을 보여왔으며 세율정책에 따라서도 그 정도가 대단히 바뀌어 왔음을 실증했다.

『21세기 자본』의 핵심이 단순히 ‘불평등을 없애고 착하게 살자’는 무의미한 구호가 아니라 부와 소득이 지나치게 편중될 때 발현할 수 있는 부작용임을 행간에서 읽어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한국 재벌에 대해 연구해온 저자의 관점을 결부시켜 세제개혁을 논한 부분은 일종의 보너스다.

저자는 “세율 자체를 바꾸는 세제 개혁과는 달리 세제 투명화는 대통령의 의지만으로도 바로 시작이 가능하다”면서 “지금부터라도 초부유층의 사회포획 및 정책포획 현상을 대대적으로 발본색원해 조세 및 시장체제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피케티의 관점에서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초석이라는 것이다.

특히 “세제 투명화 이후에는 누진세율을 담론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조세피난처는 개혁의 명확한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방향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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