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 겹쳐진 산그리메와 주능선 아래 펼쳐지는 이천평야 한눈
상태바
첩첩 겹쳐진 산그리메와 주능선 아래 펼쳐지는 이천평야 한눈
  • 이경구 사진작가
  • 승인 2021.03.31 09: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경구 사진작가의 산행일기]㊽ 연분홍 뒤덮인 진달래꽃 옹기종기 환한 봄 알려
[사진=이경구]
원적봉에서 천덕봉으로 가는 능선. 좌우로 탁트인 조망이 일품이다. [사진=이경구]

극성스러운 코로나19 바람에도 봄은 어김없이 꽃을 피운다. 격리된 듯한 산과 들의 초목들도 때맞춰 뾰족이 입을 내밀고 마른 가지에 움을 틔운다.

이천시 원적산 자락 아래엔 노란 산수유의 봄이 도착해 시끌하다. 한적한 시골 동네에 줄 잡아 1만 그루의 산수유가 꽃 대궐을 이뤄 운치를 돋우고 장관을 이룬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이천 산수유축제가 산행들머리인 백사면 도립리, 경사리, 송말리, 일원에서 4월 초에 개최되지만 코로나19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축제가 취소됐다.

[사진=이경구]
산길옆 밭둑에 흐드러지게 핀 산수유가 금빛 물결을 이룬다. [사진=이경구]

원적산(634m)은 이천시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광주시 동쪽의 정개산에서 내려오는 한남정맥 앵자지맥 산줄기다. 이천시 북쪽에서 솟아 광주시와 여주시와 경계를 이룬다.

많은 산객들이 원적산에서 정개산으로 잇는 능선길 종주산행을 즐기는 산행지이기도 하다. 원적산 산행 들머리인 영원사의 해발고도가 높아 이 코스는 비교적 짧은 편이다.

영원사엔 넓은 주차장이 있고 무료로 개방되어 산객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천년이 훌쩍 넘은 고찰 영원사는 넓은 터와 여백이 있는 가람의 배치에 마음이 툭 트이는 여유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영원사 주차장-원적산-천덕봉(정상)-원점 회귀 6.4km 약 3시간 정도 예상해 본다.

영원사 입구의 이정목은 원적봉 1.84km, 천덕봉 2.74km를 알리며 편안한 숲길로 안내한다. 가파른 구간을 오르면 출발 20분 만에 이정목이 서 있는 영원사 갈림길 삼거리에 닿는다. 여주시 주록리 방향에서 오르는 등산로와 합류되는 지점으로 여기서부터 능선길이 이어진다.

좌측 원적봉으로 향하는 능선길에서는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며 육산의 후덕함을 느낄 수 있고 보행이 비교적 편하고 순조롭다. 중간중간 벤치가 있어 휴식이 편하다. 연분홍으로 뒤덮인 진달래꽃이 옹기종기 무리지어 환한 봄을 알린다.

[사진=이경구]
[사진=이경구]
원적산 6부능선에서 만난 진달래와 버들강아지. 때마침 팔랑 거리던 나비가 앉았다. [사진=이경구]

오늘 산길의 주인공은 곱게 피어 산객의 메마름을 달래주는 진달래다. 영원사에서 출발한 지 50분. 경사리 갈림길 삼거리에 도착하고 머리위로 원적봉(563m)이 시야에 들어오며 200m 남는다.

나무계단을 올라 원적봉에 도착하니 사방이 열려 있어 시원한 눈맛이 일품이다. 원적산의 품에 이천과 여주의 들판이 선명하고 너그럽게 펼쳐지고 있다.

[사진=이경구]
원적봉에서 본 이천시와 평야. [사진=이경구]

짧은 휴식 후 전방 1.02km 거리의 천덕봉으로 향한다. 윈적봉에서 천덕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산행의 하이라이트다. 인근 군부대 사격장에서 벌목해 오늘은 메마른 민둥산이지만 얼마지 않아 초록 풀밭이 펼쳐져 초원지대를 느끼는 상쾌함과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반대로 우측은 잣나무가 울창하게 자리 잡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이 구간 능선에서 보여지는 사방 조망은 압권이다. 중간에 헬리포트가 넓게 자리해 백패커들이 즐겨 찾는 인기 야영지이기도 하다.

[사진=이경구]
걸어온 방향의 원적봉 능선 (앵자지맥). [사진=이경구]

산행 2시간이 조금 더 걸려 원적산 주봉 천덕봉 정상에 도착했다. 평평하고 넓직한 정상부는 헬리포트가 있고 이천시와 여주시의 정상석 2개가 따로 세워져 있다. 뻥 뚫린 시야에 압도된다.

앵자지맥의 첩첩이 중복된 산그리메의 선들이 아름답고 올라왔던 주능선이 발아래로 부드럽게 펼쳐지며 이천시와 평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눈앞에 펼쳐진 풍광에 젖어들며 갑갑했던 마음이 절로 치유되는 듯하다.

[사진=이경구]
원적산 동북쪽 여주시 금사면 주록리 방향. [사진=이경구]

천덕봉을 뒤로 하고 왔던 길 되돌아 원적봉을 거쳐 조금 내려가면 영원사, 낙수제, 산수유 마을로 내려가는 갈림길이다. 차가 있는 영원사 주차장으로 1시간 만에 내려와 총 3시간 산행을 마친다.

난이도 ‘하’의 초급 산행지지만 여타 산행보다 충만한 느낌과 힐링 되는 산행이었다. 원적산의 탁 트인 후련함에 모처럼 오랜 체증이 가신다.

[사진=이경구]
정상석 (634m). [사진=이경구]

계절이 바뀌면 다시 한번 오겠다는 생각을 미리 해보며 따끈한 이천쌀밥집을 찾아 산행의 피로를 달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