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보다 연봉 높은 직원 속출…작년 임직원 억대 연봉 68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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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보다 연봉 높은 직원 속출…작년 임직원 억대 연봉 68개사
  • 이성태 기자
  • 승인 2021.04.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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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O연구소, 임직원 연봉 13% 뛸 때 고용 1%대 증가…고임금 저고용 심화

지난해 코로나19로 고용 감소와 함께 연봉이 줄어든 기업들이 속출했지만 임직원에게 억대 연봉을 준 기업이 70개사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 기업의 인건비는 2019년보다 15%나 늘었지만 고용은 1%대 상승에 그쳤다. 또 일부 오너는 등기임원직을 내려놓아 법적 책임은 피하면서도 높은 보수를 받고 있고 CEO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일반 직원도 속속 등장하고 있었다.

1일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 중 미등기임원과 일반직원을 합친 임직원의 1인당 연간 급여가 1억원이 넘는 기업은 68개사로 집계됐다.

이중 전년에도 임직원 연봉이 1억원을 넘은 기업은 52개사였다. 16개사가 억대 연봉 반열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임직원 연봉 1억원 기업 수는 2019년 대비 지난해 30% 이상 급증했다. 네이버, 스튜디오드래곤, 엔씨소프트, 금호석유화학, 키움증권 등이 신규 가입했다.

임직원 연봉 1억원 기업 68개사의 총 인건비 규모는 23조7669억원이었다. 전년 20조6711억원보다 3조원(15%) 넘게 증가한 금액이다.

같은 기간 임직원 수는 19만4833명에서 19만8322명으로 1년 새 3489명(1.8%) 늘었다. 인건비 규모가 15% 정도 많아질 때 고용은 고작 1%대 수준으로 늘어났다. 그 결과 임직원에게 돌아간 몫이 상대적으로 더 높아진 것이다.

실제 조사 대상 68개사의 2019년 임직원 평균 연봉은 1억609만원이었지만 지난해는 1억1984만원으로 1인당 평균 1374만원 정도씩 더 챙겼다. 연봉 상승률도 13% 수준으로 인건비 증가분만큼 올랐다. 지난해 대다수 기업들이 코로나19로 불황과 구조조정 등을 단행할 때 억대 연봉을 주는 기업들은 이른바 ‘연봉 파티’를 하며 코로나 특수를 누린 셈이다.

임직원 연봉이 2억원을 넘는 기업도 5개사에 달했다. 1위는 CJ(4억9407만원), 2위는 오리온홀딩스(3억2380만원)였다. 2019년에는 1위 오리온홀딩스(4억4783만원), 2위 CJ(3억7198만원) 순으로 1년 새 순위가 뒤집어졌다.

CJ와 오리온홀딩스 임직원 연봉이 높은 배경에는 미등기임원으로 재직중인 오너 연봉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CJ(주) 사업보고서에 의하면 임직원 53명에게 총 261억원을 지급해 1인당 평균 급여액은 5억원에 근접했다. 미등기임원 1인당 연봉도 10억원을 넘어서며 조사 대상 기업 중 최고치를 보였다.

그러나 CJ는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이재현 회장에게 지난해 67억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여기에 이 회장의 아내인 김희재 부사장과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도 미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260억원이 넘는 CJ 임직원 전체 인건비 중 이재현 회장 1명에게 지급한 급여 비율만 25%를 넘어선다. 임직원 전체 인건비의 4분의 1 정도를 이 회장이 챙겨간 것이다.

임원을 제외한 부장급 이하 일반직원의 평균 연봉을 따로 산출해보면 1억6203만원이었다. 5억원에 근접하는 임직원 평균 연봉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이는 규모다. 이재현 회장의 고액 연봉 때문에 CJ 임직원 평균 연봉이 국내 최고 수준인 것처럼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킨다.

오리온그룹 지주회사인 오리온홀딩스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임직원 10명에게 32억원의 인건비를 지급해 임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이 3억2000만원으로 국내 기업 중 두 번째로 높았다.

그러나 오너가인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이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이다. 지난해 지급한 급여는 각각 담 회장 14억원, 이 부회장 11억원으로 25억원 정도다. 이는 회사 영업이익의 19%를 차지하는 규모이고 전체 임직원 인건비의 80% 정도에 달한다.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의 급여를 제외하고 임직원 연봉을 따로 산출해보면 1억원에 미치지 못한다.

CJ와 오리온홀딩스 이외에 DSC인베스트먼트(2억2133만원), 셀트리온헬스케어(2억1402만원), 부국증권(2억641만원) 등 3곳도 임직원 평균 연봉이 2억원을 상회했다.

이중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사업보고서에 임직원 평균 급여액을 1억9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288억원이 넘는 총 인건비를 135명으로 나눈 실제 평균 금액은 2억원이 넘었다.

이외에 한양증권(1억8150만원), 에이티넘인베스트(1억7077만원), LG(1억6528만원), 메리츠증권(1억6247만원), KB금융지주(1억5487만원), BNK금융지주(1억5363만원), 한국금융지주(1억5326만원) 순으로 임직원 평균 연봉이 1억5000만원을 상회했다.

국내 매출 1위 기업 삼성전자(1억2656만원)는 68개사 중 임직원 연봉 순위 26번째로 나타났다.

제조·서비스업 관련 회사 중에서는 비상장회사인 SK에너지(1억2116만원, 34위), SK텔레콤(1억2101만원, 35위), 씨젠(1억1459만원, 41위), SK인천석유화학(1억1320만원, 43위), SBS(1억1040만원, 46위), 에쓰-오일(1억923만원, 48위), 대한유화(1억806만원, 50위) 등이 50위 안에 들었다.

지주사·금융사 등을 제외하면 씨젠 임직원 급여 상승률이 81.8%로 가장 높았다. 카카오(35%), 엔씨소프트(22.1%), 포스코인터내셔널(21%)도 연봉이 20% 이상 올랐다.

미등기임원 연봉은 1위 CJ(10억4195만원), 2위 메리츠증권(9억461만원), 3위 에이티넘인베스트(7억9833만원), 4위 엔씨소프트(7억9357만원), 5위 삼성전자(7억4343만원), 6위 오리온홀딩스(6억8800만원), 7위 한양증권(6억5781만원), 9위 셀트리온헬스케어(6억2440만원), 9위 LG(6억1447만원), 10위 이베스트투자증권(6억96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교보증권(5억6687만원), SK텔레콤(5억5340만원), 부국증권(5억2886만원) 등도 5억원보다 높았다.

조사 대상 68개 억대 연봉 기업 중 2019년 대비 임원 평균 급여액 자체가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은 이베스트투자증권이었다. 2019년 임원 1인당 평균 급여가 2억5890만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6억950만원으로 1년 새 3억5060만원이나 뛰었다. 임원 연봉 상승률은 무려 135%나 됐다.

특이한 점으로는 미등기임원 중 최소 4명은 CEO보다 높은 연봉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주한 전무(16억4600만원), 남궁환 상무보대우(15억3500만원), 정유호 전무(14억6000만원), 김영진 상무보대우(14억3900만 원) 등이다. CEO인 김원규 대표이사의 지난해 보수는 9억5000만원이었다.

특히 이베스트투자증권에서는 CEO나 임원도 아닌 유지훈 부장의 연봉이 16억5000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부장급 이하 일반직원 급여가 가장 높은 곳은 1위 셀트리온헬스케어(1억9823만원), 2위 한양증권(1억6557만원), 3위 CJ(1억6203만원), 4위 부국증권(1억6111만원), 5위 메리츠증권(1억4248만원), 6위 신한지주(1억3422만원), 7위 BNK금융지주(1억3313만원), 8위 KB금융지주(1억3313만원), 9위 우리금융지주(1억2921만원), 10위 삼성증권(1억2789만원) 순으로 톱10에 포함됐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이경범 차장(공시 기준 직위)은 작년 한 해 받은 급여액만 59억6300만원으로 셀트리온 창업주 서정진 명예회장이 같은 회사에서 받은 37억5600만원보다 20억원 이상 많았다. 또 CEO인 김형기 대표이사 부회장(10억3700만원)보다 6배 가까이 급여 수준이 높았다. 같은 회사 이진욱 차장의 보수도 36억6700만원으로 CEO 연봉보다 높았다.

일반직원 대상 2019년 대비 2020년 연봉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곳은 씨젠이었다. 2019년 1인당 평균 5800만원 정도에서 지난해에는 1억264만원으로 연봉 상승률이 77.5%나 됐다. 임원 연봉 상승률도 148.7%(1억5969억원→3억9709만원)로 조사 대상 기업 중 가장 높았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일부 오너들은 등기임원직을 내려놓아 법적 책임은 따로 지지 않으면서도 고액 보수를 받아가는 행태는 여전하다”며 “ESG를 강조하는 최근 오너가의 급여 수준이 적절한 수준인지에 대한 기준을 좀 더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CEO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 직원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국내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제조업체에서 임직원 임금을 지속적으로 높이게 되면 장기적으로 인건비가 증가해 회사 경쟁력 동력은 예전보다 떨어지고 중소기업 간 보수 격차도 커져서 인재 이탈 문제가 지금보다 심각해질 수 있다”며 “고용은 크게 늘지 않고 임금만 올라가는 고임금 저고용 구조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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