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율과 리듬…노래 부르듯 읊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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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율과 리듬…노래 부르듯 읊은 시
  • 한정주 고전연구가
  • 승인 2021.08.17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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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무 詩의 온도](77) 수야모당(秀野茅堂)에서

궁벽한 곳 거처하니 더위를 모르겠고 居㢠難知暑
햇볕 마주하니 겨울도 두렵지 않네   對暄不怕冬
비 지나간 나무 반짝반짝 빛나고      瓏雨過樹
봄 지나간 봉우리 곱고도 예쁘구나   窈窕春餘峯
산골짜기 맑은 냇가 담소 나누고      澗色澄邊語
정원 향기 그윽한 곳 만났구나         園香藹處逢
책 읽고 한가로이 살아가니            補閒書帙內
어려도 높은 자취 간직했구나         夙歲秘高蹤
『아정유고 2』 (재번역)

유란동(幽蘭洞)에서

온갖 고운 새 각자 소리 새로우니                     百種嬌禽變響新
세월 흘러 다시 초여름 찾아왔네                      流光又屆夏頭旬
깊은 골짜기 안 그윽한 향기 꿰어 차고 싶고         幽香隱谷憐堪佩
푸른 시내 향기로운 풀 깔고 앉아 한탄하네          芳草緣溪悵可茵
그림 그려 참으로 아름다운 빛깔 이루었고           罨畫眞成金碧境
영롱하여 투명한 인간으로 변한 듯하구나            玲瓏疑化水晶人
얼큰하게 술 취해도 술잔 사양 않고                  酡紅不厭飛觴屢
밤 어두워지도록 꽃놀이, 이 또한 전생의 인연이네  抵夕攀花亦宿因
『아정유고 2』 (재번역)

[한정주=고전연구가] 시가 산문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운율(韻律)이다. 시에는 운율이 있는 반면 산문에는 운율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시 중에는 구태여 운율의 형식을 취하지 않는 시도 있고 또한 산문 중에도 시적 운율을 취한 산문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예외적이고 대개 시에는 운율이 있고 산문에는 운율이 없는 게 둘 사이를 구별하는 결정적인 차이다.

운율은 한시는 말할 것도 없고 현대시에도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시가 시인 까닭은 운율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운율은 곧 리듬이다. 운율에는 글자 수를 일정하게 배치하는 방법과 시어를 규칙적 혹은 불규칙적으로 배열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앞의 시 ‘수야모당에서’는 5자(字) 8구(句)로 구성되어 있는 오언율시(五言律詩)다. 뒤의 시 ‘유란동에서’는 7자(字) 8구(句)로 구성되어 있는 칠언율시(七言律詩)다. 오언율시와 칠언율시는 글자 수는 물론이고 운자(韻字)에 따라 시어를 일정한 자리에 규칙적으로 배열해야 한다.

이렇듯 일정한 형식에 글자 수를 맞추고 운자를 규칙적으로 배열하는 방법으로 각각의 한시는 특유의 운율을 갖게 된다. 운율은 리듬과 같아서 시에 음악적 효과를 입힌다.

시를 읽을 때는 운율 곧 리듬을 찾아서 마치 노래를 부르듯이 읊는 것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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