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중도 해지 디지캡…불법 ‘이면·이중계약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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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중도 해지 디지캡…불법 ‘이면·이중계약서’ 존재
  • 박철성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2.0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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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성의 서킷브레이커] ‘공시용’과 ‘은밀한’ 내용 두 종류
중도 해지 통보된 디지캡 매각계약서는 ‘공시용’과 ‘은밀한’ 계약서 두 종류였다. 왼쪽은 공시용 본 계약서이며 오른쪽은 이면계약서다.
중도 해지 통보된 디지캡 매각계약서는 ‘공시용’과 ‘은밀한’ 계약서 두 종류였다. 왼쪽은 공시용 본 계약서이며 오른쪽은 이면계약서다.

중도 해지가 통보된 디지캡 매각계약서는 ‘공시용’과 ‘은밀한’ 두 종류의 계약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일방적 해지 논란의 디지캡에 ‘이면계약’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각기 다른 두 종류의 매각계약서를 썼다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디지캡의 사주 신용태 교수(숭실대 컴퓨터학부)와 한승우 대표이사는 메디칸과 체결한 ‘주식 및 경영권매매계약’을 해지한다고 공시했다. 사유는 ‘양수인이 계약에 따른 거래 문제점 시정 불이행’이었다.

M&A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해지사유는 대한민국 주식시장을 통틀어 전무후무의 문구라고 입을 모았다.

계약 파기를 당한 매수인 측은 ‘신용태 교수와 한승우 대표의 계약 해지가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디지캡의 경영권 양수를 뺏긴 메디칸은 장문의 입장문을 내놨다.

메디칸 입장문엔 “계약 해지가 가능한 단서조항은 3가지로 합의돼 있다”면서 “매도자는 매수자의 계약 불이행을 계약 해지 이유로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매수자는 3가지 단서조항 중 그 어떤 조항도 위반하거나 불이행하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또 “메디칸은 인수 자금의 기한 내 지급 등 계약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했으며 디지캡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절차만이 남은 상황에서 디지캡은 독단적이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다”면서 “메디칸은 디지캡의 계약 파기로 인한 피해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못 박았다.

또한 “디지캡이 주장하는 계약 해지 사유 등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소송도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계약 파기 과정에서 야기한 메디칸에 대한 명예훼손, 이미지 실추 등 기업가치 손상에 대해서도 강력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홈페이지 팝업창을 통해 공지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매도인의 일방적 계약해지 논란뿐만이 아니다. 이면계약이 존재해 충격을 더 해주고 있다. 말로만 듣던 이중계약 존재함으로써 도덕적 논란까지 가중되는 복잡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 디지캡의 사주인 신용태 씨는 디지캡 이사회 의장이면서 교편을 잡은 인물. 때문에 더 큰 파문이 일고 있다. 흔히 M&A꾼들이 자행하는 ‘이면·이중계약’을 했기 때문이다. 또 이면계약을 요구한 주체가 매수측인 메디칸이 아니었다. 매도측인 디지캡이었다.

상장사 최대주주가 주식과 경영권을 매각할 때의 계약서는 반드시 공시 의무가 있다. 시장에 참여한 선량한 투자자들에게 최대주주의 주식과 경영권 양수도 계약 내용은 매우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디지캡 매도측 신 교수와 한 대표는 매수측인 메디칸에 공시용 디지캡 매매계약서와 공시하지 않은 이면계약 두 가지를 요구했다. 그리고 끝내 이를 관철했다. 매수측인 을에게 불법적 이면계약을 강요한 셈이다. 매도측 디지캡은 경영권자라는 갑의 지위를 악용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또한 신 교수와 한 대표는 고의로 이를 공시하지 않고 누락시켰다.

디지캡 주가는 지난 2일 종가 기준 4815원. 디지캡의 미래만을 보고 전고점 상투에 매수했다면 60%의 손실이다.

지금이라도 디지캡 신 의장과 한 대표는 “경영권 양수도 계약 관련 최대주주와 대표이사의 이면계약 체결 사실을 확인했음”을 공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 또한 중요한 사실을 고의로 공시하지 않는 위중한 범법행위라는 것이다. 특히 대학교수인 사주가 주식시장을 혼탁하게 만드는 과오를 범하는 것이란 도덕적 지탄까지 피할 길이 없게 된다.

취재진이 확인한 이면계약에는 “디지캡이 보유한 신원CC 회원권을 한승우의 퇴직금으로 무상 지급한다”는 조건이 특약사항으로 포함돼 있다. 지난 2일 기준 동아회원권 기준 신원CC 회원권의 시세는 7억9000만원.

올해는 장기화한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골프 회원권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신원CC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었다. 연중 최저가 6억500만원에서 무려 30% 급등했다.

코로나19로 가치가 연일 상승 중인 골프회원권을 무상으로 대표 한승우에게 퇴직금 대신 준다는 은밀한 이면계약에 대해 한승우 대표는 “오래전부터 합의된 사항”이라고 카톡 문자로 알려왔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합의됐다면 그 당시 신원CC 회원권 가격과 퇴직금으로 갈음한다는 신용태 교수와의 합의 배경, 한 대표의 퇴직금도 골프 회원권 가치 상승만큼 증가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한 대표는 더 이상 답하지 않았다.

이면계약 내용은 더 충격이었다. 회사를 팔고 나가면서 고문료(급여)와 차량 제공을 2년간 보장한다는 것이다.

신용태 교수와 한승우 대표는 지난 10월21일 주식 및 경영권양수도계약으로 인해 수백억 원의 차익을 남기고 매각했다. 그런데도 신 교수는 디지캡으로부터 2년간 고문료와 차량 제공을 이면계약으로 보장받으려 했다고 매수측은 주장했다.

월 500만원씩 2년 총 1억2000만원과 신 교수가 타고 다니는 회사 소유 차량을 2년간 더 타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여기엔 한 대표도 2년간 월 500만원의 고문료와 차량을 제공받는 조건이 담겨있다.

그들은 디지캡을 창업해 성공했다. 코넥스를 거쳐 코스닥에 상장도 했다. 상장한 지 3년 만에 360억원의 잭폿을 터뜨리고 회사를 매각하는 입장이었다.

신 교수가 개인적 품위유지 비용까지 디지캡에 전가하려 한 데 대해 한 대표는 “메디칸의 요청이었다”면서 “기존 사업의 안정적인 유지를 위해 2년간 상근 고문직을 수락한 것”이라고 짧게 문자로 답변했다.

반면 매수인 측은 “이면계약에 분명히 매수인의 의무로 기재돼 있다”면서 “이면계약에 의하면 ‘매수인은 본 계약 종결일 이후 현재의 처우조건(신용태 의장의 경우 월 급여 500만원 및 현재 제공되고 있는 차량의 제공을 의미하며, 이하 고용조건이라 함)으로 2년간 고용하는 고용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각을 세웠다.

매도측인 한 대표는 ‘매수인이 원해서’라고 궁핍한 명분을 댔다. 그러나 실제 이면계약에는 매수측 의무사항으로 “신용태 교수와 한승우 대표에게 월 급여 500만원과 현재의 차량을 2년간 그대로 지원해 줘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이 부분에 대해 재차 질문했다. 하지만 신 교수와 한 대표는 더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상장법인의 외부감사 업무를 주로 하는 대형 회계법인의 회계사들까지도 “회사의 이사회 의장이었던 자가 그 직을 그만두고 심지어 회사까지 매각하고 회사를 위한 업무를 보지 않으면서 자신의 급여와 차량 등을 회사로부터 받는다면 그 행위는 배임에 해당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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