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의 삼천리 부회장, 31년째 임원…국내 100대 기업 최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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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의 삼천리 부회장, 31년째 임원…국내 100대 기업 최장수
  • 이성태 기자
  • 승인 2021.12.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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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O연구소,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17년째 CEO

국내 100대 기업 CEO 중 최장수 임원은 삼천리 이찬의 부회장으로 조사됐다. 또 한 회사의 대표이사로 가장 오래 근무하고 있는 CEO는 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이었다.

9일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 최장수 임원은 삼천리 이찬의 부회장이었다. 1954년생으로 올해 만 67세인 이찬의 부회장은 1991년 삼천리 이사에 선임되면서 임원 반열에 처음 올랐다.

당시 삼천리 최고경영자였던 고(故) 인현철(1929년생) 대표이사 회장과 이찬의 부회장의 나이 차이는 25년이었고 같은 회사에서 50~60대에 해당하는 1930~1940년대 초반생들이 임원의 주류였던 상황에서 1950년대생으로 30대였던 이찬의 부회장이 이사에 발탁된 것은 상당한 파격이었다.

이후 이 부회장은 임원 경력을 꾸준히 쌓으며 삼탄과 키데코(KIDECO) CEO 등을 거쳐 현재 삼천리 부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처음 임원에 오른 해부터 포함하면 올해까지 31년간 임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일반 직장인들도 30년간 한 회사에 재직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의미가 남다르다.

이찬의 부회장을 제외하고서도 20년 이상 임원으로 재직 중인 최고경영자는 10명이 훌쩍 넘는다. 한화 금춘수(1952년생) 총괄부회장은 지난 1995년 2월1일자로 (주)한화 이사보에 오른 후 올해로 27년간 한화그룹에서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1978년 입사한 금 총괄부회장은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사장과 한화차이나 사장, 한화그룹 총괄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40년 넘게 한화그룹에서 성장해온 정통 ‘한화맨’이다.

HMM 배재훈 사장도 임원 경력만 올해로 26년이 된다. 배 사장의 재계 입문은 LG그룹에서 시작됐다. LG 입사 후 1995년 12월12일자로 당시 LG반도체 이사대우로 승진하며 처음 임원 타이틀을 얻었다. 이후 LG계열사인 판토스 대표이사 등을 거쳐 2019년 현재의 HMM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25년간 임원으로 재직 중인 경영자에는 삼성전자 김기남 회장, 미래에셋증권 최현만 회장, GS건설 임병용 부회장 등 3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처음 임원으로 선임됐다.

나이가 가장 젊은 임병용 부회장이 가장 먼저 임원에 올랐다. 1962년생인 임 부회장은 1996년 12월11일자로 당시 LG텔레콤 이사로 선임되며 별을 달았다. LG그룹 임원 이전에는 검사 출신으로 법조계에 몸 담고 있었다.

최근 승진한 삼성전자 김기남(1958년) 회장은 1997년 1월18일자로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에서 1기가D램개발에 기여한 공로로 수석연구원에서 이사보급 연구위원으로 임원 대열에 합류했다. 당시 김 회장의 나이는 39세. 임원 승진을 발표한 시점이 음력 설 이전으로 당시 언론에서는 38세에 임원으로 승진했다고 발표했다. 1997년 1월 인사 발표 당시 삼성 계열사에서 임원으로 승진한 30대는 김기남 회장을 포함해 4명이 있었다.

미래에셋증권 최현만(1961년) 회장도 1997년 7월부터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상무)를 맡기 시작하며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초석을 다져왔다. 미래에셋금융그룹 총수인 박현주 회장이 1997년 당시 최현만 회장을 포함해 동원증권에서 활약했던 8명과 합심해 성장시켜온 것이 지금의 미래에셋금융그룹으로 도약했다.

LG생활건강 차석용(1953년) 부회장은 1998년 미국 P&G가 운영하는 한국법인 쌍용제지 대표이사 사장과 P&G한국법인 총괄 사장을 맡았다. 이때부터 계산하면 국내 소재 기업에서만 24년간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정호영(1961년) 사장은 1999년 12월20일자로 LG전자 상무보로 승진해 지금까지 LG그룹 내에서 핵심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후 정 사장은 LG전자 부사장과 LG화학 사장 등을 거치며 능력을 보여줬고 2019년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DB손해보험 김정남(1952년) 부회장 역시 2000년 4월부터 동부화재 지방영업본부장(상무보)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임원 경력만 22년째다. 김 부회장도 일반 직원에서 시작해 최고경영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경영자 중 한 명이다.

최근 승진한 삼성SDI 전영현(1960년) 부회장은 LG반도체 연구원으로 재직하다 지난 2001년 삼성전자 연구위원으로 발탁된 것이 임원의 시작점이다.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에서 사장까지 역임하고 2017년 삼성SDI 대표이사를 거쳐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올해로 임원 경력 20년째인 최고경영자는 3명이 있다. 메리츠증권 최희문(1964년) 부회장은 2002년 삼성증권 캐피털마켓사업본부 본부장(상무)을 맡으며 국내 기업에서만 20년째 임원생활을 하고 있다. 최 부회장은 삼성증권 이전에 골드만삭스 등 해외 기업에서 근무한 이력도 있어 실제 임원 경력은 20년보다 더 길다.

한화 옥경석(1958년) 사장은 2002년 1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총괄 메모리지원팀장인 상무보에 오르며 처음 임원 자리에 올랐다. 이후 한화로 자리를 옮겨 한화케미칼, 한화건설 사장을 거쳐 현재 한화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현대해상 조용일(1958년) 사장도 2002년 6월 현대해상 이사대우로 승진했다. 이후 같은 회사에서만 줄곧 전무·부사장을 하며 직장인이 오를 수 있는 최고 자리인 CEO 자리까지 앉았다.

임원 경력과 달리 100대 기업에서 대표이사직을 가장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CEO는 LG생건 차석용 부회장이다. 차 부회장은 지난 2005년 지금의 LG생활건강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올라 17년째 CEO로 근무하고 있다. 차 부회장은 1998년 국내 소재 기업 중에서는 쌍용제지 대표이사직에 처음 올랐다. 당시 차 부회장의 나이는 45세. 이미 40대 중반에 사장 타이틀을 달고 CEO로 처음 등극한 것이다. 이때부터 CEO 경력만 20년이 넘는다. 비오너이면서 최장수 CEO로 꼽힌다.

메리츠증권 최희문 부회장과 DB손해보험 김정남 부회장도 올해 12년째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장수 CEO에 속한다. 이들은 지난 2010년부터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10년 미만 CEO 중에서는 GS건설 임병용 부회장이 눈에 띈다. 임 부회장은 지난 2013년 6월 같은 회사에서 대표이사직에 올라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권오갑(1951년) 회장은 지난 2014년 10월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에 임명돼 그룹회장까지 올랐다. 권 회장은 현재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도 겸하고 있고 과거 현대오일뱅크와 현대중공업스포츠 대표이사 등도 역임한 바 있다. 지난 2008년 울산현대축구단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이력부터 CEO 경력을 합치면 15년 가까이 된다.

100대기업 CEO 중 30대 임원 반열에 오른 이는 5명 내외로 파악됐다. 이 중에서 GS건설 임병용 부회장은 만 34세에 임원으로 선임돼 가장 빨랐다. 1962년생인 임 부회장은 장훈고와 서울대 법학과와 동대학원에서 세법 석사를 받아 공인회계사와 사법고시 2개를 합격한 인재다. 수원검찰청에서 검사 생활을 하다 LG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재계에 발을 들였고 지금은 GS그룹에서 근무 중이다.

이외 미래에셋증권 최현만 회장(36세), 삼천리 이찬의 부회장(37세), LG디스플레이 정호영 사장(38세), 삼성전자 김기남 회장(39세)도 30대에 기업의 꽃인 임원 자리에 올랐다. 메리츠증권 최희문 부회장도 삼성증권 임원으로 선임된 나이는 38세이지만 외국 임원 경력까지 합치면 이보다 이른 나이에 임원으로 근무를 시작한 것으로 파악된다.

100명이 넘는 조사 대상 CEO 중 30대와 45세 미만에 첫 임원으로 올라선 경우는 31.7%(39명)나 됐다. 100대 기업 CEO 3명 중 1명꼴로 30대 말 40대 초반(35~44세) 전후에 기업의 별을 단, 이른바 ‘사초임원(四初任員)’에 해당됐다. 사초임원 그룹에 이름을 올리게 되면 임원 경력도 15년을 넘고 CEO까지 올라설 기회도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실제 45세 이전에 처음 임원이 된 CEO들의 평균 임원 기간은 18년 정도로 길었다. 그만큼 30대 말 4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는 핵심 인재일수록 최고경영자 반열에 진입하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의미다.

반면 48~54세 사이의 50대 초반 즈음 임원이 되는 ‘오초임원(五初任員)’ 중에는 2~3년 정도만에 물러나는 ‘임시직원’이 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사초임원이 수재형 인재라면 오초임원은 노력형에 속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같은 임원이라고 해도 최초 임원을 언제 달았느냐에 따라 CEO까지 갈 수 있느냐 아니면 임시직원으로 끝나는 지가 결정되는 셈이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소장은 “이미 국내 재계에서는 30년 전부터 30대 말 40대 초반에 해당하는 능력 있는 젊은 인재들을 임원으로 발탁해오고 있기 때문에 최근 30대 젊은 임원들이 등장하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며 “중요한 것은 40대 초반 전후로 임원으로 발탁되는 이들이 2~3년만 활동하고 물러나는 임시직원이 아니라 10~20년 넘게 기량을 활약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주는 기업 문화를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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