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불구불 이어진 도로를 돌아 강원도 평창군과 홍천군의 경계에 있는 해발표고 1086m 운두령에 도착했다.
들머리 운두령에서 계방산(1579m) 정상까지는 표고차가 겨우 488m에 불과해 산행거리가 단축되고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편도 4.1km. 2시간이면 정상에 도착할 수 있다.
한라산(1950m), 지리산(1915m), 설악산(1708m), 덕유산(1614m)에 이어 남한에서 다섯 번째로 높지만 험한 암릉구간이 없는 육산으로 산의 능선도 우람한 덩치에 비해 유순해 비교적 안전한 산행지다.
등산로 초입 가파른 데크계단을 따라오르면 거인 같은 풍력발전기가 솟아 있다. 이후 능선길은 완만한 평지길이 이어진다.
키 작은 잡목과 빼곡한 조릿대(산죽)가 뒤덮힌 숲은 시린 찬바람에 서걱거린다. 겨울의 두투한 침묵 속에 잠겨있는 묵중한 물푸레나무 군락지는 숨소리를 죽이며 버티고 서 있다.
옛날 죄인에게 곤장질을 하던 나무가 대부분 물푸레나무였다지만 현대에 와선 야구방망이로 쓰인다. 가지를 꺾어 물에 넣으면 물이 푸르게 된다고 물푸레란 이름이 붙여진 군락지를 지나 30분 정도 걸으면 작은 쉼터가 나온다.
쉼터 위로 경사가 조금 가팔라지며 깔딱구간을 지나 거친 숨을 내쉬며 헬기장으로 들어선다. 산행시작 3.1km. 1시간30분 만이다.
곧이어 시야가 환하게 트인 1492봉 데크 전망대에서는 백두대간 능선과 북쪽으로 설악산 서북 능선의 장쾌한 산세가 한눈에 들어와 명불허전 감사한 풍경이 펼쳐진다. 이곳에서 계방산 정상은 1.0km 남는다.
정상으로 가는 구간은 평탄한 능선길이다. 사면이 탁 트인 조망과 겹겹이 중첩된 산그리메가 펼쳐진다.
백두대간 오대산 두로봉(1422m)에서 갈라진 한강기맥은 167km의 긴 산줄기로 북한강과 남한강을 가르며 양수리에서 끝이 난다. 험한 고봉들이 연이어 솟아있고 계방산은 그중 늠름한 맏형의 위용을 뽐낸다.
빈 겨울나무마다 상고대가 피어 있어 하얀 세상이다. 순백의 풍경은 크리스마스 카드에 나오는 설경처럼 아름다워 눈과 마음이 절로 깨끗해지고 자연의 은혜 또한 눈부시다.
정상부는 널찍한 헬리포트다. 큼지막한 돌탑이 있고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운두령에서 4.1km 거리로 약 2시간이 소요됐다.
은빛으로 몸 단장한 자태가 장관이다. 고봉답게 광활한 백두대간 등줄기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최고의 전망대로 손꼽히는데 북쪽으로 설악산·점봉산, 동쪽으로 오대산 노인봉과 대관령, 서쪽으로 태기산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져 있다.
툭 트인 뷰를 만끽하며 산정의 식사와 보온병에 담아온 커피 한 모금에 행복감이 밀려온다. 영하 20도의 체감온도를 느끼며 칼바람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정상 사진을 몇 컷 찍은 후 다시 발걸음을 운두령으로 옮긴다. 운두령 주차장에 차를 세워 원점회기가 아쉽지만 대중교통으로 산행을 하면 주목군락지를 지나 노동계곡으로 하산하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눈의 산, 바람의 산 계방산의 설경은 3월 초순까지 이어지는 스타급 심설산행 적지다. 상고대와 눈꽃으로 순백의 화원을 연출한다. 8.4km 거리의 4시간 원점회기 산행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