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을 긍정하고 몰락을 욕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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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락을 긍정하고 몰락을 욕망하라”
  • 한정주 고전연구가
  • 승인 2022.01.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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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인생수업] ①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Ⅱ

[한정주=고전연구가] 니체 철학의 복음서라고 할 수 있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간단하게 말하자면 ‘차라투스트라의 몰락과 변신에 관한 이야기’다.

여기에서 니체는 몰락을 통해 인간은 어떻게 변신하는가에 관해 말한다. 또한 몰락을 통해 삶은 어떻게 변화하는가에 대해 말한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차라투스트라의 몰락으로 시작한다. 차라투스트라는 나이 서른이 되던 해 고향을 떠나 산속으로 들어간다. 10년 동안 그곳에서 자신의 정신과 고독을 즐기며 살던 차라투스트라는 마침내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리고 어느 날 아침 동이 떠오르는 순간 태양을 향해 나아가면서 이렇게 말한다.

“보라! 나는 너무 많은 꿀을 모은 꿀벌이 그러하듯 나의 지혜에 싫증이 나 있다. 이제는 그 지혜를 갈구하며 내민 손들이 있어야겠다. 나는 베풀어주고 싶고 나누어주고 싶다. 사람들 가운데서 지혜롭다는 자들이 새삼스레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기뻐하고 가난한 자들이 새삼스레 자신들의 넉넉함을 기뻐할 때까지. 그러기 위해 나는 저 아래 깊은 곳으로 내려가야 한다. 네가 저녁마다 저편으로 떨어져 하계에 빛을 가져다줄 때 그렇게 하듯.”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정동호 옮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책세상, 2003, p12>

차라투스트라는 산을 떠나 사람 사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 다시 사람이 되기를 갈망한다. 이 지점에서 니체는 선언한다.

“이렇게 하여 차라투스트라의 몰락은 시작되었다.”

나이 서른이 되던 해 인간 차라투스트라는 몰락했다. 몰락한 차라투스트라는 10년 동안 산속에서 자신의 정신과 고독을 즐겼다. 그리고 지혜로운 인간, 즉 현자(賢者) 차라투스트라로 새롭게 태어났다.

10년 후 현자 차라투스트라는 자신의 지혜를 세상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 다시 세상 속 인간이 되기를 갈망한다. 다시 세상 속 인간이 되기 위해 현자 차라투스트라는 몰락을 긍정하고 욕망한다.

산속 숲에서 나온 후 첫 도시에 들어선 차라투스트라는 시장터에 모여 있는 수많은 군중을 바라보며 ‘몰락과 변신’에 관한 자신의 메시지를 던진다. 인간은 스스로 몰락을 긍정하고 욕망할 때 비로소 인간의 경계(혹은 한계)를 넘어선 인간 즉 위버멘쉬(초인)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암시다.

사람에게 위대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가 목적이 아니라 하나의 교량이라는 것이다. 사람에게 사랑받아 마땅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가 하나의 과정이요 몰락이라는 것이다. 나는 사랑하노라. 몰락하는 자로서가 아니라면 달리 살 줄을 모르는 사람들을. 그런 자들이야말로 저기 저편으로 건너가고 있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중략)… 나는 사랑하노라.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기 위해 살아가는 자, 언젠가 위버멘쉬를 출현시키기 위해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려는 자를. 그런 자는 이와 같이 그 자신의 몰락을 소망하는 것이다. 나는 사랑하노라. 위버멘쉬가 머무를 집을 짓고, 그를 위해 대지와 짐승과 초목을 마련하는 자, 그러기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으며 뭔가를 만들어내는 자를. 그런 자야말로 이와 같이 그 자신의 몰락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나는 사랑하노라. 앞으로 다가올 세대를 반겨 맞이하고 지난날의 세대를 그 과거의 질곡으로부터 구제해내는 자를. 그런 자야말로 현재를 살고 있는 세대에게서 파멸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정동호 옮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책세상, 2003, p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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