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해외법인 통해 수십억 증여한 식품기업 사주 등 44명 세무조사
상태바
유령 해외법인 통해 수십억 증여한 식품기업 사주 등 44명 세무조사
  • 이성태 기자
  • 승인 2022.02.22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료=국세청]
[자료=국세청]

A는 국내 유수 식품기업 창업주의 2세로 국내외 다수의 부동산과 법인을 소유하고 있는 전형적인 금수저다. A는 해외 거주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 현지에 아무런 사업기능 없는 명목상의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내부거래를 통해 현지법인에 이익을 유보시킨 후 이를 편취한 후 현지에서 다수의 부동산을 취득․양도해 거액의 양도차익을 남기고 매매대금은 현지에서 자녀에게 현금 증여해 비밀계좌로 관리했다. 자녀는 현지 유명학군의 고가 아파트를 취득해 거주하면서 고액의 교육비를 지출하는 등 교육대물림을 강화하면서 재산도 증식했다. 그러나 사주와 자녀는 해외부동산 양도, 현금수증, 해외금융계좌 보유 등에 대해 아무런 세금신고를 하지 않았다.

B는 국내 지명도 있는 식음료기업의 사주로 서울 등지에 다수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자산가이며 자녀 C는 해외 현지에서 식료품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B는 해외에 이름뿐인 현지법인을 설립한 후 설립·운영비 명목으로 자금을 계속 보내고 C가 받아 현지 사업자금으로 운영했다. 자녀 C는 기업 운영비 등 사업자금으로 사용하고 남은 자금으로 현지에서 고가주택을 취득해 거주했다. A는 배우자·친인척 명의로 해외 자녀에 개인 이전거래 등의 명목으로 수년에 걸쳐 사업자금을 송금하고 증여세 신고를 누락했다.

[자료=국세청]
[자료=국세청]

국세청은 체계적인 세무검증을 통해 국제거래를 이용한 역외탈세 혐의자 44명을 확인하고 탈루된 세금의 추징을 위해 즉각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2일 밝혔다.

조사에 착수한 유형은 3가지다. 먼저 꼭두각시 현지법인 등을 이용한 자산가의 부자탈세’ 유형으로 조사대상자는 21명이다. 모두 수십억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자산가로 50억원 이상 재산 보유자는 총 9명이며, 이 중 100억원 이상 3명, 300억원 이상 2명, 500억원 이상 1명이다.

이전에도 일부 자산가를 중심으로 해외 현지법인을 이용한 세금탈세가 있어 왔지만 이제는 다수의 자산가가 이용하면서 새로운 역외탈세 통로로 고착화되고 있으며 인위적 거래를 만들어 정상적인 법인으로 위장하는 등 수법이 더욱 정교해지고 은밀하게 진화하고 있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국제거래를 이용한 탈세는 상당한 경제력이 필요해 일반인들은 시도하기 어려운 탈세 방법으로 탈세 전 과정을 처음부터 철저하게 기획해 실행하는 전형적인 부자탈세이며 해외에 꼭두각시 현지법인을 설립해 이익을 유보시킨 뒤 역외 비밀지갑처럼 자금을 빼내어 해외자산을 취득하거나 자녀에게 증여하는 등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부를 더욱 증식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유형은 ‘다국적기업의 고정사업장 은폐를 통한 세금 탈루’ 유형으로 조사 대상법인은 총 13개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의 경제 강국으로 많은 다국적기업들이 진출해 활발한 사업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매년 약 1만여개의 외국계 기업이 법인세를 신고하고 있지만 외국법인의 연락사무소 등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없거나 수익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경우에는 신고의무가 없다.

다국적기업은 글로벌 세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전가격 조작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조세회피를 시도하고 있으며 고정사업장 은닉이 주요한 방법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OECD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도 BEPS 프로젝트 추진, 디지털세(일명 ‘구글세’) 도입 논의 등 다국적기업의 공격적 조세회피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국세청은 이러한 최근의 국제조세 환경 변화를 반영해 반도체․물류․장비 등 호황산업을 영위하는 다국적기업에 대해 고정사업장 해당 여부를 집중 점검했다. 이를 통해 고정사업장 은폐와 국내 귀속소득을 신고하지 않고 탈세한 13개 기업을 확인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세 번째 유형은 ‘불공정 자본거래 등을 통한 법인자금 유출’ 유형으로 조사 대상법인은 총 10개다.

국세청은 현지법인 청산, 관계사간 주식 거래 등 내부 자본거래를 통한 법인자금 유출 여부를 정밀 검증해 투자금액 회수 전 현지법인 청산, 관계사 주식 증여를 가장한 국내원천 유가증권 양도소득 회피 등 부당 내부거래를 통해 과세소득을 축소한 10개 기업을 확인하고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한편 국세청은 최근 3년간 다섯 차례에 걸쳐 역외탈세 혐의자 418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해 총 1조6559억원의 탈루된 세금을 추징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7월에는 역외 블랙머니 비밀계좌 운용 등 역외탈세 혐의자 46명에 대해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해 현재 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역외탈세는 탈세 전 과정이 처음부터 치밀하게 기획돼 계획적으로 실행되는 반사회적 행위인 만큼 조사역량을 집중해서 끝까지 추적해 과세하고 역외탈세가 새로운 탈세통로나 부의 대물림 창구가 되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