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 분관 공평도시유적전시관에서 오는 7월10일까지 정조의 후궁 의빈 성씨로 잘 알려진 성덕임을 조명하는 전시를 만나볼 수 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 속 성덕임이 전시의 주인공이다.
드라마와 소설에서 덕임은 정조의 후궁으로의 모습뿐 아니라 글씨를 잘 쓰는 주체적인 궁녀로 등장해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드라마와 소설로 회자됐던 이야기를 사료와 유물을 통해 소개한다.
특히 드라마 속 덕임이 필사했던 『곽장양문록(郭張兩門錄)』 완질이 최초로 전시된다.
『곽장양문록』은 『몽옥쌍봉연록(夢玉雙峰練錄)』 후속편으로 작자·연대 미상의 고전소설이다. 중국 당나라 덕종~헌종 연간의 곽씨와 장씨 두 가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773년(영조 49) 봄 훗날 의빈 성씨가 되는 궁녀 성덕임을 비롯해 정조의 두 여동생인 청연군주와 청선군주 등이 필사에 참여한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 총 10권이 전해 내려오는데 분산 소장돼 있었다. 1~2권은 전북대학교 홍태한 교수 소장본, 3∼10권은 홍두선 소장본이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홍두선 선생이 평생 모은 서화류를 일괄 기증하면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3∼10권을 소장하게 됐다.
그러나 이번 전시를 계기로 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 필사 소설로서 의미가 깊은 『곽장양문록』이 분산 관리되고 있는 것에 아쉬움을 느낀 홍태한 교수가 서울역사박물관에 1~2권을 기증하면서 비로소 완질이 됐다.
의빈 성씨와 정조 사이에는 문효세자와 딸이 있었지만 딸은 일찍 사망했다. 문효세자마저도 1786년(정조 10년)에 세상을 떠났고 같은 해 의빈 또한 셋째 아이를 임신하던 중 사망했다. 의빈의 후손이 남아있지 않은 현재 『곽장양문록』은 의빈이 남긴 유일한 흔적이다.
역사 속 의빈에 대한 기록은 많지 않다. 실록과 일성록·한중록 등에서 짧게 언급된 것이 전부다. 이번 전시에서는 얼마 남아있지 않은 왕의 여인인 의빈의 이야기와 왕실의 전문직이었던 궁녀 성덕임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특히 남성 중심으로 서술됐던 역사 속에서 주체적으로 자신의 흔적을 남긴 여성으로서의 덕임을 바라본다.
전시에서는 드라마 속 덕임이 필사했던 『곽장양문록』, 덕임과 산(세손시절 정조)이 읽었던 『시경(詩經)』 등을 실제로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관람 시간은 평일·주말 모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