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수령 884세…서울시 보호수 204주 정밀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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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수령 884세…서울시 보호수 204주 정밀진단
  • 김윤태 기자
  • 승인 2022.05.1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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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령 884년의 도봉구 방학동 546 은행나무. [서울시 제공]
수령 884년의 도봉구 방학동 546 은행나무. [서울시 제공]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는 몇 살일까. 1968년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 당시 830세였던 은행나무 4주와 향나무 1주가 그 주인공으로 884세다.

1968년 44주를 보호수로 최초 지정한 이래 현재 서울시 지정보호수는 총 204주로 평균 나이 300세가 넘는 어르신 나무들이다.

서울시는 긴 세월이 누적돼 역사적·보존 가치가 있는 보호수 204주의 지속적 생장 도모를 위해 오는 7월 완료를 목표로 ‘보호수 정밀진단’을 시행한다고 19일 밝혔다.

지정보호수의 나이가 늘어나고 최근 대기오염이나 이상 기후 등으로 보호수의 수세 약화로 보호수의 기능 상실 우려가 있어 보호수의 정밀진단을 통해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내부 부식·균열 등을 조사해 집중 관리하기 위해서다.

서울시 지정보호수 수종은 느티나무(98주), 은행나무(48주), 회화나무(17주), 향나무(13주), 소나무(8주), 기타(20주)로 총 16종 204주다.

서울의 첫 번째 보호수(1968년 2월26일 지정)는 도봉구 방학동에 있는 은행나무(884세)로 보호수 중 나이도 가장 많다. 지상 1.5m에서 4개의 큰 가지로 갈라졌으며 다시 중상층부에서 여러 개의 가지로 갈라져 웅장한 수형을 이루고 있다. 특히 2013년에는 문화재적 가치도 인정돼 서울특별시 기념물 제33호로도 지정됐다.

오래전부터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파평 윤씨가 주축이 되어 정월 대보름날 제를 지내 왔으며 2012년부터는 도봉구 마을 주민들이 주축인 청년회가 제를 지내고 있다.

방학동 은행나무 한편에는 조선의 제10대 왕이었던 연산군과 신씨의 묘가 있다. ‘폭군’으로 역사에 남은 그의 묘는 대군의 예우에 준해 조성됐다. 원래 폐위된 후 강화도로 추방된 연산군은 숨을 거둔 후 그곳에서 장례를 지냈는데 부인 신씨의 간절한 요청으로 중종은 은행나무가 있는 이곳 언덕으로 이장을 시켜주었다고 한다.

수령 875년의 중구 정동 16-1의 회화나무. [서울시 제공]
수령 875년의 중구 정동 16-1의 회화나무. [서울시 제공]

나무를 위한 배려와 공존의 모습이 돋보이는 정동 회화나무(875세)는 예로부터 ‘학자수’라 해 선비의 굳은 절개와 높은 학문을 상징했던 최고의 길상목(吉祥木)으로 여겨왔다. 중구 정동에 위치한 회화나무 앞에는 1950년대부터 1970년대 말까지 외국인들이 주로 투숙해 서울의 유명 사교장으로 이름을 날렸던 하남호텔이 있었다. 시설이 낙후돼 투숙객이 현저하게 줄어들자 급기야 1995년 철거됐고 지금의 캐나다 대사관이 건물을 새로 짓고 이전을 했다.

캐나다 대사관은 건물을 신축할 때 회화나무가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건물 디자인 역시 나무에게 양보해 한발 뒤로 물러났으며 터를 닦는 굴착 시기도 나무의 동면 주기에 맞추어 일부러 겨울에 진행했다고 한다.

가장 많은 수종이 있는 느티나무 중 재미있는 사연이 있는 나무는 송파구 문정동 동네 어귀의 할아버지·할머니 느티나무(584세)다. 문정동 로데오 거리 근처 번화한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옆으로 묵직하게 서 있는데 어느 쪽에서 봐도 멋있고 우람하다. 서로 손을 잡은 듯 다정해 보이는 두 나무는 옛날에 할머니 느티나무에 불이 난 적이 있는데 할아버지 느티나무 가지가 갑자기 바람을 일으켜 불을 껐다는 전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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