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침체의 세계경제 위기 원인은 ‘그림자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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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침체의 세계경제 위기 원인은 ‘그림자 금융’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5.01.23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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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 크루그먼은 2008년 파산한 리먼브라더스 등의 투자은행들을 ‘그림자 금융’으로 부르면서 세계 경제위기의 주범으로 지목한다.

장기침체의 공포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세계경제전망 수정’ 자료에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8%에서 3.5%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3.7%로 낮췄다.

선진국과 신흥국의 성장둔화를 하향조정 원인으로 꼽은 IMF는 올해 유가 전망의 불확실성,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 등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위험, 지정학적 갈등 등의 상존을 세계경제의 위험요인으로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실질 및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과 조속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특히 “대부분의 선진국에게 유가하락에 따른 수요 증대는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며 “재정조정은 경기회복과 장기 성장 모두를 높이기 위해 속도와 구성이 조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신흥국에 대해선 “경기회복을 위한 거시경제정책 수단이 제약되고 있지만 일부 국가의 경우 유가하락이 인플레이션 압력과 대외 취약성을 완화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경제연구기관에서는 올해 1997년 경제위기가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저성장과 경기침체 경향에 대해 “현대의학에 의해 박멸된 줄 알았던 치명적 병원균이 기존의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지닌 형태로 재출현한 것과 같다”며 “이 전염병이 다시 전 세계를 덮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공황이 우리 할아버지들에게 분명히 가르쳐준 교훈들을 다시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케인스의 오래된 목소리에 다시 한 번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1930년대 전 세계를 휩쓸었던 대공황은 성공적으로 치유됐고 완쾌됐다고 믿었다.

그러나 2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일본의 장기불황과 1990년대 후반 동남아시아를 휩쓸었던 경제위기, 2008년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2014년을 뒤흔들었던 그리스의 금융위기까지 세계 경제는 반짝 회복되는 듯했다가도 다시 위기에 빠져들었다.

폴 크루그먼은 지난 2009년 출간된 『불황의 경제학』(세종서적)의 신판에서 세계 경제는 여전히 중병 상태라며 가장 큰 원인으로 ‘그림자 금융’을 지목했다.

폴 크루그먼이 이름 지은 ‘그림자 금융’이란 투자은행이나 신탁회사와 같은 ‘은행인 체하는’ 기업들을 말한다. 2008년 파산한 리먼브라더스 등의 투자은행들이 여기에 속한다.

한동안 이들은 ‘첨단 금융공학’이라는 칭송까지 받으며 많은 투자자들의 열광을 이끌어냈지만 결과는 지금의 금융위기다. 특히 투자에 따른 이득은 챙기면서도 리스크에 대한 책임은 사회에 떠넘기려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이들의 문제로 지적된다.

이처럼 투자은행들이 천문학적 액수의 수익을 올리는 동안 경제의 거품은 계속 커졌고 전 세계의 금융체계는 취약해져만 갔다. 그림자 금융 시스템을 관리․감독했어야 할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도 제 역할을 못 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이 이들을 그냥 방치했다고 말한다. 정부로서는 이들이 은행이 아니기 때문에 지불 보증의 의무가 없었고, 따라서 충분한 규제를 할 수도 없었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웠다.

현재의 경제위기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에 의해 촉발됐고, 이는 주택시장의 가격 거품이원인이었다.

크루그먼은 경제 거품이 “기본적으로 피라미드 사기와 다를 바 없었다”고 꼬집는다. 피라미드 속으로 ‘계속 끌어들일 수 있는 얼간이들’이 존재하는 한 계속해 돈을 벌 수 있는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00년 여름 미국의 IT 버블이 꺼졌을 때 전 세계 경제가 파탄나지 않았던 이유는 주식 거품을 주택 거품이 대체했기 때문이다. 이 주택 거품의 핵심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으로 ‘폭탄 돌리기’를 계속했던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지금 다시 또 다른 얼간이들이 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제학은 재화의 공급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공급만 충분하면 수요가 없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공급이 넘쳐나는데도 세상은 경기 후퇴의 늪에 빠지고 있다는 데에 기존 경제학의 한계가 있다.

크루그먼은 이제 경제학의 패러다임을 수요 중심으로 전환할 때라고 말한다. 그리고 경기 회복과 호황을 일으키는 데만 몰두해왔던 경제학 연구의 초점을, 변방에 버려져 있는 ‘경기후퇴’ 쪽으로 돌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제 전체가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기후퇴의 존재를 인정해야만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는 책 말미에서 화두를 던진다. ‘공짜 점심’은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경제학에서 핵심적 진리로 간주돼온 밀턴 프리드먼의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과 상반된 견해다.

프리드먼의 이 말은 자원은 한정돼 있으므로 어느 한 가지를 많이 가지려면 다른 한 가지를 적게 가져야 하며 노력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폴 크루그먼은 “불황 경제학은 공짜 점심이 있는 상황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이 세상에는 사용할 수 있는데도 사용하지 않는 자원이 있기 때문에 공짜 점심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단지 현실 속에 가져오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는 말이다.

해답은 ‘수요’에 있다. 그는 불황이 거품 호황의 필연적 결과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단지 잠재적 수요가 현실의 시장으로 나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막힘 현상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공짜 점심을 가져올 방법, 즉 언제나 충분한 수요를 경제에 제공할 방법을 아는 일이다. 폴 크루그먼은 이는 시장참여자들이 맡아야 할 부분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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