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기업 여성 사외이사 20% 돌파…이사회 10% 벽도 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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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기업 여성 사외이사 20% 돌파…이사회 10% 벽도 깨져
  • 이성태 기자
  • 승인 2023.01.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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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사외이사 비중이 처음 20%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사외이사 기업도 100곳 중 80곳 이상으로 많아졌다.

또 사내이사를 포함해 100대 기업 이사회에서 활약하는 여성 임원 비중도 처음 10% 벽이 깨졌다.

12일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업체 유니코써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전체 사외이사 인원은 447명으로, 이중 여성 임원은 94명이었다. 100대 기업 사외이사 5명 중 1명꼴인 21%가 여성 이사로 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100대 기업 내 여성 사외이사는 지난 2020년 35명(7.9%), 2021년 67명(15%)으로 증가해오다 지난해에 20%대로 진입했다.

여성 사외이사를 배출한 기업 수도 눈에 띄게 증가했다. 지난 2020년 100곳 중 30곳에서 2021년에는 60곳으로 많아졌고 작년에는 82곳으로 여성 사외이사 보유 기업이 크게 늘었다.

이같은 배경에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주효한 것으로 유니코써치는 분석했다. 자산 2조원이 넘는 기업에서 이사회를 구성할 때 특정 성별로만 채워서는 안 된다는 관련 법 규정이 지난해 8월부터 본격 시행됐기 때문이다. 법 시행에 따라 대기업들이 여성 사외이사 영입에 가속도가 붙었다.

이와 관련 유니코써치 측은 “이미 관련 법이 시행 중이지만 일부 기업의 경우 기존 사외이사의 임기가 남아 있고 마땅한 여성 사외이사 후보를 찾지 못해 여전히 남성 중심의 이사회를 운영하는 대기업도 있다”면서도 “올해 3월 주총을 전후로 여성이 이사회에 진출하는 기업과 인원은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0대 기업 전체 사외이사 447명을 출생연도별로 구분해보면 1960~1964년생이 127명(28.4%)으로 가장 많았다. 단일 출생연도 중에서는 1961년생이 31명으로 가장 많았고 1958년과 1960년생도 각각 30명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1970년 이후 출생한 사외이사는 67명으로 15% 정도 차지했다.

1980년 이후 출생한 MZ세대 사외이사는 6명으로 모두 여성이었다. 1980년대생 여성 사외이사 그룹군에는 한화손해보험 김정연(1980년), BGF리테일 최자원(1981년), 롯데쇼핑 전미영(1981년), HL만도 박선영(1982년), E1 박소라(1983년), 한국전력 방수란(1987년) 사외이사가 이름을 올렸다.

94명의 여성 사외이사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1968년생이 8명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전기 이윤정·여윤경, LX하우시스 서수경, DL이앤씨 신수진 사외이사 등이 모두 1968년생 동갑내기 여성 사외이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기준 440명이 넘는 100대 기업 사외이사를 주요 경력별로 구분해보면 대학총장·교수와 같은 학계 출신이 42.3%로 가장 많이 분포됐다. 다음으로 CEO와 임원 등의 재계 출신이 24.4%로 높았다. 국세청·금융감독원·공정거래위원회 등 행정 관료 출신은 17.9% 수준이었고 판검사와 변호사와 같은 법조계 출신은 13% 정도로 파악됐다.

전체적으로 2021년과 비교해보면 지난해 사외이사는 교수 등 학계 출신은 3.5%포인트 감소했지만 재계 출신은 4.5%포인트 늘어 대조를 보였다. 이는 기업의 생리를 상대적으로 잘 아는 재계 임원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려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으로 SK 김병호 사외이사는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역임한 바 있고 현대자동차 윤치원 사외사는 UBS 아시아태평양 회장 겸 CEO, 미래에셋생명 이경섭 사외는 과거 NH농협은행장으로 활약했었다.

여성 사외이사만 놓고 보면 학계 출신이 44.7%로 최다였고 변호사 등 법조계 출신도 24.5%로 높았다. CEO·임원 등 재계 출신은 23.4% 순으로 많았다. 대기업 등에서 여성 임원으로 활약해온 인원이 적다 보니 아직까지는 변호사 출신 중에서 사외이사를 더 많이 찾고 있는 모양새다.

재계 임원 출신 여성 사외이사 중에서는 롯데쇼핑 심수옥 사외이사가 대표적이다. 심수옥 이사는 과거 삼성전자 부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에쓰-오일 신미남 사외이사는 케이옥션과 두산퓨얼셀코리아 대표로 활동했고 코리안리 김소희 사외이사는 AIG손해보험 부사장 출신이다. SK 김선희 사외이사는 현재 매일유업 대표이사 사장으로 활약 중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440명이 넘는 국내 100대 기업 사외이사 중에는 장·차관급 고위 관료 출신만 해도 31명으로 6.9%로 나타났다. 이중 여성 사외이사 중에서는 유영숙 전 환경부장관(포스코홀딩스), 정현옥 전 고용노동부 차관(풍산) 등도 포함됐다.

장·차관 출신이 사외이사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유니코써치 측에서는 “일부에서는 고위 관료를 지낸 인사들을 기업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히 존재한다”면서도 “장·차관급 출신 인사들은 기업보다 더 큰 정부 조직을 이끌어 본 경험이 있는 데다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도 높아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고위 관료들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려는 분위기는 여전히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100대 기업 중 여성 사외이사가 가장 많은 곳은 한국가스공사였다. 8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절반인 4명이 여성 이사 몫으로 채워졌다. 김수이·김현진(1968년), 오선희(1973년), 신동미(1974년) 사외이사가 여기에 이름을 올렸다. 이중 김현진·오선희·김수이 사외이사 3명은 올해 2~3월 임기가 만료된다.

이외에 삼성전자, 한국전력(한전), 기아, 에쓰-오일, LG화학, 롯데쇼핑, LG에너지솔루션, 삼성전기, 금호석유화학도 여성 사외이사가 각 2명씩 활약 중이다. 이 중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은 총 3명의 사외이사 중 2명이 여성으로 여성 사외이사 비율은 66.7%로 높았다. LG화학과 삼성전기는 각 4명의 사외이사 중 절반이 여성으로 채워졌다. 이외 기아·에쓰-오일·롯데쇼핑은 5명의 사외이사 중 2명이 여성이어서 40%를 차지했고 삼성전자도 3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범위를 넓혀 국내 100대 기업에서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포함한 전체 이사회에 이름을 올린 등기임원은 728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이사회 일원으로 참여하는 여성은 5명의 사내이사까지 합치면 모두 99명이었다.

CEO급에 해당하는 여성 사내이사 중에는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 네이버 최수연 대표이사, 네이버 채선주 대외·ESG 정책 대표, 대상 임상민 전무, CJ제일제당 김소영 사업본부장이 포함됐다.

100대 기업에서 여성 사내이사는 여전히 그 수가 적다. 그나마 최근 1년 새 여성 사외이사가 이사회로 많이 진출하면서 100대 기업 전체 이사회 중 여성 임원 비율은 13.7%로 처음으로 10%대를 돌파했다. 이는 지난 2020년 5.2%, 2021년 9.2%에 이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김혜양 대표는 “최근 자본시장법이 시행으로 자산 2조원이 넘는 대기업에서 여성 사외이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려는 바람은 거세지고 있다”면서도 “아직은 여성 사외이사를 1명 정도만 영입해 겨우 법을 준수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여성 사외이사를 2명 이상 복수로 늘리는 기업들이 점차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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