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선비의 자호(字號) 소사전⑱
[한정주=역사평론가] 자(字)는 청지(淸之). 세종의 셋째 아들로 시문(詩文)은 물론 서예와 그림과 음률에 능숙했던 당대 최고의 예술가였다.
1453년 계유정난 때 형인 수양대군에 의해 김종서·황보인 등과 결탁해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에 오르려고 했다는 누명을 뒤집어 쓴 채 죽임을 당했다.
그의 아버지 세종이 인왕산 수성동 계곡에 있던 안평대군의 집에 ‘게을리 하지 않고 임금을 섬기라’는 뜻으로 내린 당호(堂號)가 ‘비해당(匪懈堂)’이었다. 훗날 임금이 될 큰 형 문종을 잘 섬기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군호(君號)인 ‘안평(安平)’이 편안하고 태평하다는 뜻이었기 때문에 혹시나 안이하고 게으른 마음을 가지지 않을까 염려한 아버지 세종이 내려준 호가 ‘비해(匪懈: 게을리 하지 않는다)’였던 것이다.
특히 세종은 유학의 경전인 『시경(詩經)』의 ‘증민(蒸民)’에 나오는 ‘숙야비해(夙夜匪解)하여 이사일인(以事一人)이로다’라는 시구(詩句)에 근거해 ‘비해당’이라는 당호를 내렸다고 한다.
이 시구의 뜻은 “밤낮으로 게을리 하지 않고 한 분 임금만을 섬기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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