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가정(四佳亭)·정정정(亭亭亭) 서거정…네 가지 꽃과 식물 심고 감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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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가정(四佳亭)·정정정(亭亭亭) 서거정…네 가지 꽃과 식물 심고 감상하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2.2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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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비의 자호(字號) 소사전㉑

[한정주=역사평론가] 자(字)는 자원(子元) 또는 강중(剛中). 45년 동안 세종·문종·단종·세조·예종·성종 등 여섯 왕을 섬기면서 당대 최고의 문장가이자 서예가이며 학자로 인정받았다.

『경국대전(經國大典)』, 『동국통감(東國通鑑)』,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등 국가적 편찬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을 국역했으며 우리나라의 역대 명문장을 모아 『동문선(東文選)』을 엮는 등 조선 전기 국가 제도와 학문 및 문장의 정비에 큰 공적을 남겼다.

그의 호 ‘사가정(四佳亭)’에서 ‘사가(四佳)’는 ‘네 가지의 아름다움’ 혹은 ‘네 가지를 좋아함’ 등으로 풀이할 수 있다. 여기에서 네 가지는 서거정이 좋아했던 ‘매화, 대나무, 연꽃, 해당화’를 가리킨다.

그는 집안에 이 네 가지 꽃과 식물을 심어놓고 즐겨 감상하면서 자신의 호를 ‘사가정(四佳亭)’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그의 친구였던 박팽년의 ‘강중(剛中)의 집안에 심어진 매화, 대나무, 연꽃, 해당화 네 가지를 소재로 읊다(題剛中家梅竹蓮海棠四詠)’라는 시(詩)에 잘 나타나 있다.

‘정정정(亭亭亭)’이라는 좀 별스런 호는 『국조인물고(國朝人物考)』에 그 유래가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즉 서거정이 조용하고 인적이 드문 곳에 별장 두어 칸을 짓고서 연못을 파고 연꽃을 심은 다음 좌우로 서책을 쌓아 놓고 지내다가 더러 손님이 찾아오면 술상을 차려놓고 시가(詩歌)를 읊는 담박한 생활을 즐기면서 ‘정정정(亭亭亭)’이라 자호(自號)하였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정정(亭亭)’은 ‘늙었으나 허리가 굽지 않고 꼿꼿한 모양’을 가리키거나 ‘산이나 나무가 높이 우뚝 솟아 있는 모양’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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