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총수일가가 보유한 주식자산 중 자녀 세대 자산 비중이 50%를 넘는 곳이 지난 10년 새 10곳이 늘어 22곳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대기업집단은 사실상 승계 작업이 끝났다는 의미다.
반면 현대백화점, 네이버, 셀트리온, 코오롱, 이랜드, 교보생명 등 6개 대기업집단은 그룹 총수 세대 주식자산 비중이 100%였다.
30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2023년 지정 대기업집단 81개 가운데 비교 가능한 56개 집단을 대상으로 총수일가 주식자산 승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7월 말 현재 자녀 세대의 자산 비중이 50% 이상인 대기업집단은 총 22개로 집계됐다.
이는 약 10년 전인 2013년 말(12개)에 비해 10개 늘어난 수치다.
롯데·한솔·DL·한국타이어 등 4개 그룹은 자녀 세대 주식자산 비중이 100%였다. 그 외 50%를 넘는 곳은 태영(98.4%), DN(92.0%), 두산(83.7%), LG(82.4%), 호반건설(77.9%), 한진(77.8%), 효성(74.7%), 삼성(74.4%), 한화(74.4%), 동원(73.8%), 금호석유화학(72.8%), 신세계(67.5%), 장금상선(64.2%), DB(61.0%), 엠디엠(60.2%), 세아(51.8%), LX(50.6%), 현대자동차(50.5%) 등 18곳이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DL, DN, LG, 한진, 삼성, 한화, 신세계, 장금상선, 엠디엠, LX, 현대차 등 11곳이 50% 이상에 새롭게 추가됐고 영풍은 10년 전 50.7%에서 48.0%로 줄었다.
10년 새 자녀 세대 주식자산 상승폭이 가장 큰 곳은 DL로 58.1%포인트가 늘었다. 이어 엠디엠(56.8%p↑), LG(56.5%p↑), 삼성(52.2%p↑), 한진(51.6%p↑)이 뒤를 이었다.
대기업집단 총수일가의 자녀 세대 승계는 크게 상속·증여, 공익재단 설립, 자녀세대 기업가치 올리기 등의 방식으로 이뤄졌다.
상속을 통한 자산승계의 대표적 사례는 자녀세대 주식자산 비중 증가율 3~5위를 차지한 LG(56.5%포인트↑), 삼성(52.2%포인트↑), 한진(51.6%포인트↑)이다. 지난 7월 말 현재 이들 기업의 자녀 세대 주식자산 비중은 LG 82.4%, 삼성 74.4%, 한진 77.8%다.
LG는 2018년 구본무 회장 별세 후에 세 자녀(구광모·연경·연수)에게 지분이 상속됐다. 삼성은 2020년 이건희 회장 별세 후 배우자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세 자녀(이재용·부진·서현)에게 상속이 이뤄졌다. 한진은 2019년 조양호 회장 별세 후 배우자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세 자녀(조원태·승연·현민)에게 지분이 각각 상속됐다.
공익재단을 통한 승계의 대표적 사례는 DL이다. DL은 지난 2015년과 2016년 이준용 명예회장이 대림(옛 대림코퍼레이션) 주식 42.65%와 2018년 대림씨엔에스 주식 2.31%를 재단에 기부하면서 자녀 세대 주식자산 비중이 58.1%포인트 상승했다.
DL그룹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기업 대림의 최대주주는 이준용 명예회장의 아들인 이해욱 회장이다. 이해욱 회장이 쥐고 있는 대림의 지분율은 올해 7월 말 기준 52.3%다. 또 이 회장 외에 대림문화재단(6.2%), 대림학원(2.7%), 대림수암장학문화재단(0.6%) 등도 대림 지분을 갖고 있다. 이들 재단은 과거 이준용 명예회장이 보유 주식을 기부했던 곳들이다.
마지막으로 엠디엠은 자녀세대 보유기업의 가치를 높여 승계를 완성한 경우다. 엠디엠은 지난 10년 새 총수 일가 자녀세대 주식자산 비중이 56.8%p나 상승했는데, 이는 문주현 회장의 두 자녀(문현정·초연)가 지분 95.24%를 보유한 엠디엠플러스의 기업 규모(자본총액)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주택건설업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오너일가 소유 기업인 엠디엠플러스의 자본총액은 2013년 말 68억원에서 2022년 말 1조3824억원으로 200배 이상 폭증했는데 문주현 회장 지분은 4.76%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두 자녀 문초연(47.62%), 문현정(47.62%)이 보유중이다.
한편 부모세대 주식자산 비중이 100%인 그룹은 현대백화점, 네이버, 셀트리온, 코오롱, 이랜드, 교보생명 등 6곳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004년 정몽근 명예회장이 장남인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차남인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에게 보유 지분을 증여했다. 2013년 말 기준 승계가 이미 끝난 것으로 평가받은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은 부모 세대로 분류됐다.
코오롱은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세 자녀(이규호·소윤·소민)가 메모리오브러브와 어바웃피싱 등 이웅열 회장이 창업한 기업의 지분을 일부 보유하고 있었지만 메모리오브러브는 청산절차를 진행중이고 어바웃피싱은 자본잠식 상태로 주식자산을 0으로 집계했다.
교보생명보험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신 회장의 누나(신경애·영애)만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 셀트리온, 이랜드는 창업세대가 지분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부모세대 주식비중이 100%다.
지난 7월 말 기준 개인별 주식자산 톱5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12조8006억원),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8조3868억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6조2391억원), 이동채 에코프로 창업자 겸 전 회장(6조610억원),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5조3206억원) 순이다.
이중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은 10년 새 주식자산이 가장 많이 증가한 인물 1위와 2위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주식자산은 10년 새 10조2098억원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의 주식자산은 6조9009억원이 늘었다.
이 외에 이동채 에코프로 전 회장(6조486억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5조6196억원↑),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이사회 전 의장(5조1200억원↑)이 주식자산 증가 톱5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조사에서는 2013년 말 기준 보유주식 확인이 어려워 비교가 적합치 않은 집단은 조사대상에서 제외했다.
관계 확인이 불가능한 기타친인척, 독립경영, 승계와 무관한 인물은 제외시켰다. 주식자산 산정에 있어서는 상장법인은 종가와 주식수의 곱을, 비상장법인은 자본총액과 지분율(보통주)의 곱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