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사향쥐…“함부로 생명 해칠 권리도 권한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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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사향쥐…“함부로 생명 해칠 권리도 권한도 없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3.11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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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㉘
 

[한정주=역사평론가] 서북쪽 모퉁이 돌담은 내가 오줌을 누는 곳이다. 그 돌담에는 사향쥐 구멍이 있는데 사향 냄새가 밖에까지 새어나왔다.

매번 오줌을 눌 때마다 쥐구멍을 파내 포육(脯肉)을 만들 생각이 반드시 일어났다. 하지만 그때마다 생각을 바꾸어 생물을 죽이는 마음을 경계하였다.

날마다 이와 같이 경계하면서도 아직 그 생각을 통쾌하게 떨쳐버리지 못하였다. 그러나 계속 힘을 써서 지금은 그런 생각이 끊어져 살생(殺生)하려는 마음이 사라졌다.

이와 같은 것은 별반 중요하지 않은 하찮은 일에 마음을 쓰는 것이지만, 이보다 더 큰 곳에도 힘쓸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 아아! (재번역)

西北隅石墻 余溲處也 墻有香鼠穴 香氣外漏 每溲時 掘鼠爲腊之心必生 旋思殺物爲戒 日日如是 而未快去也 勉之不已 今才斷却殺心寂然不起 此不屑之機心 於大處能勉否乎噫. 『이목구심서 3』

하찮고 보잘것없는 미물(微物)이라고 자기 멋대로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해도 되는가?

사람은 자연의 일부이지 자연의 창조자도 아니고 지배자도 아니다. 그러한 까닭에 사람은 자연 만물과 공존해야 한다.

아무리 하찮고 눈에 거슬린다고 해도 자연을 함부로 해쳐서는 안 된다. 더욱이 생명을 함부로 해칠 권리도 권한도 사람에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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