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 중심을 동아시아로 이동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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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세계 중심을 동아시아로 이동시킨다”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4.02.10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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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0년 동안 일어날 중국과 미국의 국력 변화를 심도 있게 비교·분석해 2023년 세계가 중국과 미국이라는 두 초강대국을 각각 한 극으로 하는 양극 구도로 재편된다는 과감한 예측을 내놓는 책이다.

또한 세계의 주요 강대국이 10년 동안 어떤 발전 추세를 보일지 예측해 양극 구도가 형성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를 역설한다.

▲ 저자 옌쉐퉁
2023년 세상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 것인가
중국 칭화대학 국제관계학 교수인 『2023년』 저자 옌쉐퉁은 “2023년은 중국의 GDP가 사실상 미국을 앞지르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영국은 유럽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독일은 가장 강한 유럽 국가로 성장하겠지만 세계의 일극은 될 수 없고 프랑스는 독일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칠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인도는 세계무대의 핵심세력으로 성장할 수 없고, 지금의 인도 경제에 대한 환상은 그야말로 환상일 뿐”이라고 일갈하며 “일본은 이류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고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이 책의 핵심은 “중국이 미국을 추격해 동아시아로 세계의 중심을 이동”시키고 “미국은 패권국가로서 중국과 양자 구도를 형성할 것”이라는 데 있다.

옌 교수는 시진핑의 집권기와 맞물린 향후 10년간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의 판도가 어떻게 다시 짜여질 것이며, 그 투톱의 판도 속에서 세계 각 대륙과 각 국의 협력과 대립의 지도는 어떻게 펼쳐질 것인지, 어떤 나라가 뜨고 어떤 나라가 질 것인지, 그에 따라 각국의 외교 전략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예측했다.

중국의 향후 국제 전략을 단기적인 경제적 이유에 집착하지 말고 눈에 안 보이지만 훨씬 큰 “정치적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며 “도의적 현실주의”로 제시해 눈길을 끈다.

이 책의 원제 ‘역사적 관성(歷史的慣性)’은 의역하면 ‘세계사 불변의 법칙’이다. ‘관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엄밀히 말해 이 책은 사회과학서이지만 학술서가 아니라 국제 정세에 대한 예측서다. 이 책에서 내다본 내용이 정확한지의 여부는 앞으로 10년의 역사가 검증할 것이다.

국제 정세에 대한 예측
그렇다고 2023년까지 기다려야 검증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역사의 관성’이라는 제목을 붙인 데는 앞으로 10년 국제 구도의 변화가 일정한 연속성을 띠어 세계의 전반적인 흐름이 급변하지는 않을 것이고, 중국이 경착륙이 아닌 급부상에 성공함으로써 국제 구도의 양극화가 이어져 2023년 전에 양극 구도로 정착될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역사의 관성을 토대로 예측한다고 해서 인간이 역사의 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이 책은 강대국 지도자의 정치개혁 능력이라는 관점에서 앞으로 10년 국제 구도의 변화 추이를 예측한다. 국제 구도가 강대국의 종합 국력의 변화에 따라 바뀌고 강대국의 종합 국력의 토대는 국가의 정치력이며, 정치력의 핵심은 지도자가 개혁을 추진하는 능력에 있다고 역설한다.

역사적인 기반이 다르기 때문에 각국 지도자의 개혁 능력 역시 천차만별이고, 이로 인해 때로는 역사의 관성에 가속이 붙기도 한다. 한 세대만에 국가의 부상을 이루는 사례가 드물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진시황은 22세에 직접 정사를 돌보기 시작해 17년 뒤 6국을 통일했다. 표트르 대제(재위 1682~1725)는 17세에 섭정에서 벗어나 친정(親政)에 뛰어들었고, 32년 뒤 러시아를 유럽의 강국으로 만들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소련은 16년만에 사람을 우주에 쏘아 올렸고, 1970년대에는 초강대국이 되었다. 덩샤오핑은 1980년대 중국이 21세기 중엽이 돼서야 서구 중진국의 경제 수준에 이를 수 있을 거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2010년 중국의 GDP(국내총생산)가 일본을 뛰어넘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많은 국제 경제기구가 중국이 경제 규모 면에서 미국을 따라잡을 거라 예측한 시간이 갈수록 앞당겨지고 있다.

처음에는 2040년대에 미국을 따라잡는다고 예측했다가 2030년대로 당겨졌고, 그 다음에는 2020년대로 당겨졌다. 2013년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2018년으로 예측했다. 어떤 예측이 더 정확한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국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측되는 시간이 계속 앞당겨진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중국에게 앞으로의 10년은 부상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이 책은 앞으로 10년 중국의 부상에 대해 낙관적으로 예측한다. 이는 중국 공산당 제18차 당대회 이후 중국 지도부가 내놓은 새로운 정책과 관련이 있다. 지금은 경제가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경제결정론을 대다수 중국인이 종교처럼 믿고 있지만 중국의 선현들은 정치 결정론을 신봉했다. 국가의 부강과 침체를 결정짓는 가장 근본적인 요소는 경제적 기초가 아니라 국가의 정치 지도력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다고 10년 동안 중국이 부상하는 데 직면할 어려움이 줄어든다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중국의 부상에 제동을 거는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이다.

‘부상의 어려움’이라는 원리에 따르면 부상하는 국가가 크고 강해질수록 그에 따르는 국제사회의 압박은 더욱 거세진다. 물리에서 말하는 작용과 반작용의 원리와 같은 이치다.

중국이 부상해 해외에서 중국이 얻는 이익이 빠르게 확대될수록 중국이 직면하게 될 위협도 늘어날 것이다.

‘구조적 모순’이라는 원리에 따르면 중국과 미국의 국력 격차가 줄어들수록 중국과 미국이 국익을 놓고 충돌하는 강도도 커지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정책도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이 받는 압박의 수위도 상승할 것이다. 한 국가가 부상하는 과정은 예선에서 결선으로 가는 경기와 같다. 위로 올라갈수록 맞수의 실력은 더 강해지고 승리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늦으면 늦을수록 더 어려워진다
중국의 종합 국력은 이미 세계 2위로 도약했다. 앞으로의 10년은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시간이다. 이 시간은 결승과 같아서 최고의 난이도를 보일 것이다.

중국은 평화로운 방식으로 부상을 이룬다는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일을 꿈꾸고 있다. 그만큼 중국의 부상은 앞길이 순탄치 않다. 이 문제에 관해 이 책은 국제 구도의 양극화가 가져올 영향을 토대로 마지막 장에서 외교 정책을 조정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 책은 국제 구도의 발전 추이를 예측하고 있기에 중국의 국내 정치 상황을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놓는다. 많은 사람이 중국이 부상할 수 있을지 여부는 외교가 아닌 국내 정치에 달려 있으므로 국제 문제에 대한 개입을 줄이고 국내 문제 해결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국가가 모두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는 것은 아니다.

북유럽 국가가 가장 좋은 반증이다. 글로벌화 시대, 중국이 양극 중 한 극으로 자리매김할 10년 동안 국내 정치와 외교라는 두 개의 큰 틀은 갈수록 경계가 흐릿해질 것이고, 국제 문제가 국내 발전에 미치는 영향도 더욱 커질 것이다. 같은 이치로 대외 전략에서의 실수는 중국의 부상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

현재 중국의 국력이 아직 미약하기 때문에 더 강해진 다음에 국제적인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국내 문제와 마찬가지로 국제적인 갈등 역시 미룰수록 해결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2010년 이후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 분쟁으로 촉발된 중국과 일본의 충돌은 국제 갈등이 빨리 손댈수록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반면 늦으면 늦을수록 더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글항아리,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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