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새 소리와 가을철 벌레 소리…시대의 기운에 따라 변화하는 사람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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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새 소리와 가을철 벌레 소리…시대의 기운에 따라 변화하는 사람의 글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3.30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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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㊺
 

[한정주=역사평론가] 봄철 새 소리는 화평하다. 가을철 벌레 소리는 처량하고 슬프다. 이것은 계절의 기운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당우(唐虞) 시대의 글은 순수하고 맑고 밝다. 말세(末世)의 글은 화려하나 경박하다. 그 시대의 기운을 어찌할 것인가. (재번역)

春禽其嗚也和悅 秋蟲其鳴也凄悲 是氣使之也 唐虞之文渾灝 叔季之文浮靡 其於氣何哉. 『이목구심서 2』

계절의 기운에 따라 사람의 감정과 마음 역시 달라진다. 나는 봄의 기운을 좋아한다. 워낙 추위를 타는 탓에 따뜻한 날씨도 좋지만, 그보다도 무엇인가 새롭게 시작해도 될 것 같은 생동(生動)한 기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덕무는 가을을 좋아했나 보다. 이런 글을 남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가을을 슬퍼하지만 나는 가을이 좋네. / 나의 근성(根性)이 엄숙하고 서늘하여 가을과 같기 때문이네.”

원소수(袁小修)라는 이의 문집 가운데 운자(韻字)를 따라 지은 시의 한 구절이다.

시대의 기운이 변화함에 따라 사람의 글 또한 달라진다. 태평한 시대의 글은 순수하고 맑고 밝은 기운을 띠고 있는 반면 혼란한 시대의 글은 화려하고 경박한 기운을 띤다.

시대가 태평하면 천연의 질박한 아름다움을 숭상한다. 시대가 혼란해지면 인위적으로 화려하게 꾸미는데 힘을 쏟는다.

혼란한 세상일수록 약한 것보다는 강한 것, 소박한 것보다는 화려한 것, 내면적인 것보다는 외면적인 것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겉모습과 겉치레가 화려해질수록 더욱 경박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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