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 서글픈 일…“스스로 부끄럽지 않다면 그렇게 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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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서글픈 일…“스스로 부끄럽지 않다면 그렇게 해도 괜찮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4.09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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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55)
 

[한정주=역사평론가] 해진 솜의 터진 옷솔 틈에는 반드시 이(蝨)가 떼를 지어 모인다. 황폐한 담장과 오래된 부엌에는 반드시 쥐가 집을 짓는다.

여우가 요염하게 요사를 부려 사람을 홀리는 것은 반드시 깊숙한 숲의 어둡고 음산한 곳이다. 올빼미의 울음소리는 반드시 어두운 밤 으슥하고 캄캄한 곳에서 나온다.

멀리 떨어진 굴속에는 도적들이 무수하게 모여든다. 어두운 그늘이 드리운 사당은 귀신과 도깨비의 보금자리가 된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밝은 해가 환히 비추면 그 어두움이 사라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자취를 몰래 숨길 수 없게 되고 조금이라도 음산하고 어두운 계교를 부릴 수 없게 된다.

무릇 소인(小人)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희번덕거리면서 눈짓을 하거나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질구레한 일을 처리할 때에도 교활함과 거짓됨이 마치 다른 사람을 해치는 것과 같이 한다. 평상의 말을 내뱉을 때조차 항상 그 은밀하고 컴컴한 것이 마치 수수께끼와 같다.

재산을 경영하고 자기 몸을 살찌게 하는 일과 물건을 손상하고 사람을 모함하는 말 속에 숨어 있는 그 음흉함과 교활함을 어찌 말로 하겠는가. 몹시 서글픈 일이다. (재번역)

壞緜綻縫 虱必聚族 荒墻古竈 鼠必營宅 狐之妖媚 必於幽林之陰森也 梟之叫嘯 必於黑夜之窅暗也 窟室遼絶 盜賊之藪焉 叢祠昏翳 鬼魅之窩焉 此皆白日昭朗 無幽不燭 則不惟不掩其迹 不能少措其陰昏之計 夫小人眙盱翕張 目語額瞬 處零碎之事 其巧譎如詛 出恒平之語 其隱暗如謎 若夫營財肥己之事 戕物陷人之言 其陰狡尙何言哉 悲矣悲矣. 『이목구심서 1』

사악함은 다른 사람이 보지 않거나 보지 못하는 곳에서 자란다. 그러므로 혼자 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봐야 비로소 그 사람의 진면목(眞面目)을 안다고 할 수 있다.

세상 모든 사람을 속일 수 있지만 결코 속일 수 없는 단 한 사람이 있다.

조물주와 하느님과 부처님이 그 사람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어느 누구도 절대로 속일 수 없는 세상 단 한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현대 한국 불교의 최고 선승(禪僧) 중 한 사람인 성철 스님이 평생 좌우명으로 삼았던 말이 있다. ‘무자기(無自欺)’, 즉 “자기를 속이지 말라”는 뜻이다.

유학의 경전인 『대학(大學)』에도 이와 유사한 구절이 나온다. 그것은 “군자(君子)는 필신기독야(必愼其獨也)니라”는 말이다.

“군자는 반드시 홀로 있을 때 삼가 한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이 보지 않는 어둡고 은밀한 곳에서 조차 맑고 밝게 처신한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자신의 뜻을 바로 세웠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이것이 어찌 쉽겠는가? 성인(聖人)과 현인(賢人) 조차도 그 어려움을 알았기 때문에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았다.

그냥 쉽고 간단하게 생각해보자. 만약 자신에게 물어보아 스스로 부끄럽지 않다면 그렇게 해도 괜찮다. 그러나 자신에게 물어봐도 부끄럽다면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것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오직 그 사람의 뜻과 역량에 맡길 수밖에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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