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왜 현대차가 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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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왜 현대차가 보이지 않을까?
  • 김윤태 기자
  • 승인 2013.12.0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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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에서 약진이 눈부신 현대자동차가 일본에선 안 보인다.

2012년 세계 자동차 판매대수를 보면 현대자동차그룹(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은 712만대로 5위를 차지했다. 1위인 도요타자동차그룹(도요타, 다이하쓰, 히노)의 판매대수 974만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혼다자동차의 판매대수(382만대로 8위)의 두 배에 가까운 놀라운 성과다.

이처럼 세계시장에서는 눈에 띄게 판매실적을 올리는 현대차가 유독 일본시장에서만은 맥을 못 추고 있다. 왜일까?

▲ 세계시장에서는 눈에 띄게 판매실적을 올리는 현대차가 유독 일본시장에서만은 맥을 못 추고 있다.
국중호 일본 요코하마 시립대 국제종합부교수는 신간 <호리병 속의 일본>에서 한국 제품에 대해 가격대별로 나타나는 일본 고객의 저항선을 원인으로 분석한다.

“모든 가격대의 한국상품이 일본에서 잘 받아들여지고 있지는 않다. 한국 음식이나 과자, 드라마 시청료, K팝 음악, 한류스타 사진이나 책자, 비비(BB) 크림과 같은 한국 화장품 등이 인기상품이다. 이들 상품의 가격은 대개 몇 백 엔(몇 천 원)대이거나 몇 천 엔(몇만 원)대이다. 주머니 사정에 그리 구애받지 않고 부담 없이 먹고 즐길 수 있는 상품이 주류이다. 즉 백 엔대에서 천 엔대가 일본 내 한국 상품의 위치라고 할 수 있다.”(본문 중에서)

국 교수는 저가의 프리미엄 상품을 중심으로 소비가 이뤄지고 있는 일본 시장에서 수 백만 엔대의 자동차 구매를 기대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지적한다. 특히 한국산 고가의 상품이 일본의 그것에 비해 우수하다고 판단하지 않고 있는 일본인들의 의식도 지갑을 열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국 교수는 “일본 시장에서 만 엔(십만 원)대의 한국 제품이 받아들여진 후라야 십만 엔대, 백만 엔대인 현대차 구매에 관심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거대한 무책임으로 점철된 일본 역사
일본은 거품이 꺼지고 난 1990년대와 2000년대를 ‘잃어버린 20년’이라 부르며 한탄한다. 돌이켜보면 1990년대 이후 경기를 회복시킨다며 공공지출을 천정부지로 늘렸지만 나랏빚만 늘어나고 경제는 좋아지지 않았으니 남 탓을 할 수도 없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사회보장비 지출 증대로 2010년대 이후도 늘어나는 나랏빚에 신음할 것이기에 앞으로도 그리 장밋빛은 아니다.

일본은 2013년 들어 ‘일본을 되찾는다’는 표어를 내건 아베 신조(安倍普三) 정권의 ‘아베노믹스’로 국민들의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그러나 ‘언제의 일본’을 되찾겠다는 건지는 참으로 애매하다. 바로 이 애매함에 막연한 기대를 걸고 안도감을 느끼며 ‘거대한 무책임’으로 점철되어온 것이 일본 역사다.

마루야마 마사오(丸山眞男)의 <일본의 사상>이라는 책에서 메이지(明治)유신 이후 일본의 통치방식을, 몸통은 하나인데 머리는 여러 개인 ‘다두일신(多頭一身)’의 괴물에 비유하고 있다. 책임주체가 명확하지 않기에 나타나게 되는 ‘거대한 무책임’ 체제를 질책하기 위함이었다.

 
20여 년을 일본에서 공부하며 생활했고, 현재 요코하마시립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국중호 교수의 눈에 비친 일본의 모습과 일본에 대한 생각은 때로는 측은함으로, 때로는 따뜻함으로, 그리고 때로는 냉철한 비판으로 일본 사회 곳곳을 들여다본다. 일본이란 사회와 직면한 한 한국인 교수의 자괴감과 사회고발 그리고 성찰의 과정을 담고 있다.

국 교수는 3・11 동일본 대재해의 참상에서 보인 ‘거대한 무책임’, 알카에다의 테러와 미국의 테러 응징에서 보인 ‘편견과 독선’, 그리스의 재정파탄에서 보는 빚더미에 눌린 ‘신음소리’ 등을 접하며 속에서 우러나오는 자괴감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한다.

요코하마시립대학에서는 일본 대학생들, 게이오대학에서는 다양한 국가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장경제가 좋다는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지만 자본주의에서 힘을 과시하는 경제학은 정작 중요한 인간 내면의 행복 증진이나 상대적 박탈감 해소에는 아무런 답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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