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선비의 자호(字號) 소사전(70)
[한정주=역사평론가] 자(字)는 성보(成甫). 지방 수령 및 관리와 토호(土豪)들의 비리와 부정부패를 일소한 ‘암행어사 박문수’로 유명하다.
정치적으로 소론(少論)에 속했지만 노론이 집권한 영조 연간에 주로 관직 생활을 했다.
특히 명문벌열(名門閥閱) 중심의 인사 정책을 탈피하고 사색당파(四色黨派)를 초월한 고른 인재 등용을 중심으로 한 ‘탕평정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군정(軍政)과 세정(稅政)에 밝아 이 분야의 개혁을 적극적으로 주도했다. 영조 26년(1750년) 백성들의 군역(軍役)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제정한 균역법(均役法)은 그의 작품이나 다름없었다.
도승지, 함경도관찰사, 병조판서, 경기도관찰사, 예조판서에 이어 의정부 우참찬에 이르기까지 고위 관직을 두루 역임했지만 호에 담긴 뜻을 보면 그는 ‘청렴함과 정의로움’의 상징답게 출세(出世)나 양명(揚名)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았던 것 같다.
‘기은(耆隱)’은 ‘숨어사는 것을 좋아한다’ 혹은 ‘늙어서 숨어 산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탐관오리는 혹독하게 대하고 백성에게는 자애로웠던 암행어사이자 관리로 큰 명성을 떨쳤지만 정작 그의 참뜻은 명예나 출세보다는 조용하게 사는 삶에 있었음을 알 수 있게 해주는 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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