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울었다”…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법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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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울었다”…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법회
  • 박철성 칼럼니스트·다우경제연구소 소장
  • 승인 2015.04.14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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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 총무원장, “팽목항의 눈물이 광화문까지 이어지고 있다”
▲ 하늘도 울어버린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법회’ <사진=조계사 미디어홍보팀>

하늘도 울었다. 14일 오전 10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법회가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렸다.

오는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희생자와 실종자 304명을 넋을 달래기 위한 법회였다.

제단에 헌화한 꽃 304송이는 종이꽃이었다. 지화(紙花) 명인 정명 스님과 봉사원들이 밤을 지새우며 눈물로 만들었다.

이날 행사는 고인의 넋을 달래는 타종으로 시작됐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해 종단 내 스님 57명과 유가족·신도 등 280여명이 참석했다.

비가 내렸다. 더는 나올 눈물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눈물은 하염없이 흘렀고 싸늘한 팽목항으로 향했다.

“아이들은 수학여행 중이었다. 교실에서처럼 선실에서도 가만히 앉아 있었다. 가만히 있으라, 가만히 있으라. 그 말에 아이들은 시키는 대로 앉아 있었다. … 움직여라, 움직여라, 움직여라. 누군가 이 말이라도 해주었더라면” (나희덕 시 ‘난파된 교실’ 일부)

지난해 4월16일 진도 앞바다에선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인천에서 승객 476명을 태운 제주행 대형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것이다. 이 사고로 안산 단원고 학생 250명과 실종자 9명 등 모두 304명이 희생됐다.

▲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팽목항의 눈물이 우리의 가슴을 가로질러 광화문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사진=조계사 미디어홍보팀>

자승 스님은 이날 추도사에서 “세월호 참사의 충격과 슬픔, 깊은 상처는 지금도 우리에게 많은 고통을 주고 있다“면서 ”아직까지도 자기의 공덕을 다른 중생에게 되돌리라는 부처의 가르침, 회자향타(廻自向他)의 마음을 모으지 못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또 자승 스님은 “팽목항의 눈물이 우리의 가슴을 가로질러 광화문까지 이어지고 있다”면서 “생명의 가치가 우선되는 세상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피해자 가족들의 의견을 최선으로 존중해 하루빨리 그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정성을 기울여주길 청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전명선 위원장(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대책협의회)은 추모사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제일 먼저 반성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해야 할 정부와 여당이 오히려 우리들을 폄하하고 있으며 한국사회의 갈등그룹으로 낙인찍고 가족들을 분열시키려고 한다는 것이 지금 우리를 가장 아프게 하는 것”이라면서 "세월호 인양은 단순히 배 한 척을 인양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과 사랑, 미래를 인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전명선 위원장은 추모사에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세월호 인양을 촉구했다. <사진=조계사 미디어홍보팀>

단원고 실종 학생인 허다윤 양의 아버지 허흥환 씨는 “3일 동안 비가 내린다고 했는데 304명 희생자들의 고귀한 눈물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나는 이젠 울고 싶어도 눈물이 말라 가슴이 탄다”고 세상을 원망했다.

“슬픔으로 가다 다시 분노가,
냉정으로 가다 다시 분노가,
체념으로 가다 다시 분노가,
용서로 가다 다시 분노가,
사랑은 바다 속에 처박히고,
사랑을 바다 속에 처넣고서,
이제 누가 사랑을 이야기 하겠는가.

쏟아져 들어오는 깜깜한 물을 밀어냈을 가녀린 손가락들.
나는 괜찮다고 바깥세상을 안심시켜 주던
가족들 목소리가 여운으로 남은 핸드폰을 다급히 품고
물속에서 마지막으로 불러보았을 공기방울 글씨
엄마, 아빠 사랑해!”

개나리와 벚꽃이 만발한 남도의 봄.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진도에는 봄이 사라졌다. 섬 전체가 통곡과 슬픔에 묻혔다. 그 아픔은 참사 1주년을 맞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함민복의 시처럼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이다.

한편 세월호 1주기인 오는 16일 오전 10시 전국 사찰에서는 희생자들의 극락왕생과 실종자 수습을 기원하는 타종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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