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하는 가운데 착한 것 찾고 좋아하는 가운데 나쁜 것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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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워하는 가운데 착한 것 찾고 좋아하는 가운데 나쁜 것 알아야 한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4.16 0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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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62)
▲ 김득신의 ‘파적도’.

[한정주=역사평론가] 마음을 가질 때 공평하지 않아 사랑하는 것과 증오하는 것이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면 심하게 미혹된 사람이다.

삼일 동안 다섯 필(匹)을 재단했는데도 시어머니가 고의로 지체한다고 의심한다면 증오하는 마음에 치우친 것이다. 장인의 집 지붕 위 까마귀를 아름다운 새라고 좋아하는 것은 사랑하는 마음에 치우친 것이다.

또한 이보다 더 심한 경우도 있다. 기이하고 사악한 것이 마음에 굳어져 생긴 고질(痼疾)은 의원도 치료하기 어려우니 또한 슬프지 않은가!

부스럼 딱지가 코에 이르자 이것을 씹어 먹으면서 마치 복어와 같다고 말하고, 활줄이 지극히 곧은데 이것을 보고 마치 곡척(曲尺 : 곱자)과 같다고 한탄한다. 흰 여우의 가죽을 모아서 갖옷을 만들고, 해당화에 향기가 없다고 탄식한다.

증오하는 것 가운데에서 착한 것을 취하고, 사랑하는 것 가운데에서 나쁜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천하의 지극히 공정한 마음을 보존할 수 있다. (재번역)

持心不平 愛憎歸於一偏者惑之甚也 三日斷五匹 大人故嫌遅 憎之偏也 丈人屋上烏 人好烏亦好 愛之偏也 又有甚於此者 奇邪攻心 痼疾難醫 不亦哀乎 瘡痂至鼻 而啗而贊之曰 如鰒魚 弓弦至直 而視而恨之曰 如曲尺 集狐白而爲裘 歎海棠之無香 憎中取善 愛中知惡 天下之至公存焉耳. 『이목구심서 1』

아무리 맛있고 깨끗한 음식도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면 변해 똥이 된다. 똥은 천하의 더러운 물건이다. 똥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사람은 똥을 거름으로 만들어 밭에 뿌려 곡식과 채소를 길러 거둔 다음 먹는다. 곡식과 채소는 천하의 깨끗한 물건이기 때문이다. 곡식과 채소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똥은 더러운 물건인가, 깨끗한 물건인가? 똥은 좋아하는 물건인가, 싫어하는 물건인가? 더럽고 깨끗하고,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이와 같이 뒤바뀐다.

똥을 보는 사람은 그것이 맛있고 깨끗한 음식에서 나왔다고 해서 취하려고 하지 않는다. 곡식과 채소를 먹는 사람은 그것이 더러운 똥에서 나왔다고 해서 버리지 않는다.

더러운 가운데 더럽지 않는 것이 있고, 깨끗한 가운데 깨끗하지 않는 것이 있다. 좋아하는 가운데 싫어하는 것이 있고, 싫어하는 가운데 좋아하는 것이 있다. 더러운 것과 깨끗한 것,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어찌 손바닥 뒤집듯이 쉽게 분별할 수 있겠는가?

미워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 착한 것과 악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미워하는 것 가운데에서 착한 것을 찾을 줄 알고, 사랑하는 것 가운데에서 악한 것을 볼 줄 알아야 공정한 식견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이익의 『관물편(觀物篇)』에 실려 있는 한 대목의 뜻을 빌어 나의 생각을 펼쳐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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