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와 질투…자신을 가두는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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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와 질투…자신을 가두는 신세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4.21 0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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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67)
 

[한정주=역사평론가] 무릇 다른 사람의 재주와 학식을 듣게 될 때, 가령 잠깐 사이라도 마음속으로는 시기하고 의심하는 마음이 일어나고, 겉으로는 조롱하고 꾸짖는다고 하자. 이것이 어찌 대수롭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하겠는가?

크게 보면 살기(殺氣)의 기미(機微)이다. 그 마음속을 궁구해보면 이미 회자수(劊子手: 사형집행인)의 마음이 싹튼 것이나 다름없다. 스스로 경계하고 경계할 일이다.(재번역)

凡聞人之才學 假使忽漫之間 內生猜疑 外發嘲誚 此豈尋常事也 大是殺機 究其心頭 已萌劊子手段 自警自警. 『이목구심서 3』

어떻게 해야 할까? 박지원이 제자 박제가의 저서 『북학의』에 써준 말을 참고로 삼을 만하다.

“학문의 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길을 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어린 종복(從僕)이라도 나보다 한 글자라도 더 알고 있으면 먼저 그에게 배우는 것이 옳은 일이다. 자신이 다른 사람 보다 못하다는 것을 부끄러워하기만 할 뿐 자기보다 나은 사람에게 물어보지 않는다면, 죽을 때까지 볼품없고 협소하며 아무런 기술도 갖추지 못하는 지경에 자신을 가두어버리는 신세가 되고 만다.”

나보다 못한 사람이라도 내가 모르는 것을 알고 있다면 물어보고 배우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데, 어떻게 나보다 나은 사람의 재주와 학식을 시기하고 질투하겠는가?

만약 진실로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고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자신보다 재주와 학식이 높은 사람을 만나는 것을 간절히 소망한다.

이러한 사람에게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을 물어보고 배울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더 흥미롭고 즐거운 일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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