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자와 할 수 없는 일을 하려고 하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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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자와 할 수 없는 일을 하려고 하는 자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4.23 0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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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69)
 

[한정주=역사평론가] 만약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일을 갖고 생계를 도모하지 않는 사람은 기민(棄民 : 버려진 백성)이다. 그러나 능력과 계획이 서로 들어맞지 않는다면, 돌이켜 생각해보건대 어떻게 할 길이 없다.

불가능한 일을 억지로 애써 하려고 하면 범죄를 피할 수 있는 사람이 적다. 이것이 바로 공교롭게 하려다가 졸렬해지는 경우이다.

천명(天命)에 따르고 운명(運命)을 편안히 여기는 것만 못할 뿐이다. (재번역)

若有可爲之路 而不資生者 棄民也 然力與謀不相入 顧無如何矣 勉強其所不能爲 則其不犯辟者小 是欲巧而拙也 不如聽天安命而已.『이목구심서 3』

사람들이 하지 않는 일을 나는 능히 한다. 사람들이 능히 하는 일을 나는 하지 않는다. 이것은 지나치게 고집이 세거나 과격해서가 아니라 선(善)을 선택한 것일 따름이다.

사람들이 하지 않는 일을 나 또한 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능히 하는 일을 나 또한 능히 한다. 이것은 시비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사람들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옳은 것에 나아갈 따름이다.

이러한 까닭에 군자는 안다는 것을 귀중하게 여긴다. (재번역)

人之所不爲 我則能爲之 人之所能爲 我則不爲之 非矯激也 擇善而已 人之所不爲 我亦不爲之 人之所能爲 我亦能爲之 非詭隨也 就是而已 是故君子貴識.『이목구심서 3』

정약용은 자신의 당호인 여유당(與猶堂)에 붙인 기문(記文)에서 또한 이렇게 말했다.

“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은 그만둘 수 없다. 하고 싶지만 다른 사람이 알까 두려워서 하지 않는 일은 그만둘 수 있다. 그만둘 수 없는 일이란 항상 그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스스로 내껴 하지 않기 때문에 때때로 중단된다. 반면 하고 싶은 일이란 언제든지 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이 알까 두려워하기 때문에 또한 때때로 그만둔다. 이렇다면 참으로 세상천지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없을 것이다.”

거리낌도 없고 막힘도 없이 마음이 가는 대로, 생각이 움직이는 대로 산다는 것은 이토록 어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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