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지헌(則止軒) 유언호…“그쳐야 할 때와 그쳐야 할 곳을 아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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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지헌(則止軒) 유언호…“그쳐야 할 때와 그쳐야 할 곳을 아는 것”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4.23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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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비의 자호(字號) 소사전(75)
▲ 즉지헌 유언호의 영정.

[한정주=역사평론가] 자(字)는 사경(士京). 연암 박지원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절친한 벗이다.

홍봉한을 중심으로 한 척신정치(戚臣政治)의 혁파가 사림정치의 이상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정치적 결사인 이른바 ‘청명류(淸明流) 사건’에 연루되어 흑산도로 유배를 당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왕세손 시절 정조를 잘 보좌하여 정조 즉위 이후 크게 출세해 좌의정에까지 올랐다.

그의 호 ‘즉지헌(則止軒)’의 유래에 대해서는 직접 쓴 ‘자지(自誌)’라는 글에 자세하게 나와 있다.

이 글에 따르면 유언호가 한 번은 사람을 시켜 일생의 길흉(吉凶)을 점쳤는데 ‘뇌천(雷川) 대장괘(大壯卦)’가 나왔다. ‘대장(大壯)’이란 크게 융성한다는 뜻이다.

대장괘는 아래는 건(乾)이고 위는 진(震)이어서 위에 우레가 있고 아래에 하늘이 있는 형상이다. 강(剛)이 움직이므로 융성한다고 했고, 또한 큰 것은 바르므로 곧으면 이롭다는 뜻을 갖는다.

이에 괘사에서 ‘이정(利貞: 곧으면 이롭다)’이라고 했는데 잡괘전(雜卦傳)에서는 ‘대장즉지(大壯則止: 크게 융성하면 즉 그쳐야 한다)’라고 하였다.

유언호는 『주역』의 가르침을 따라 ‘대장즉지(大壯則止)’에서 뜻을 취해 자신의 집에 편액하고 자호(自號)로 삼았던 것이다.

‘지지(知止)’, 곧 ‘그쳐야 할 때와 그쳐야 할 곳을 아는 것’을 평생의 지침으로 삼고자 ‘즉지헌(則止軒)’이라고 호를 지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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