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79)
[한정주=역사평론가] 일을 처리할 때는 통용(通用)을 귀중하게 여긴다. 독서할 때는 활용(活用)을 귀중하게 여긴다.(재번역)
處事貴通 讀書貴活. 『이목구심서 3』
농사짓고, 나무하고, 고기 잡고, 가축을 기르는 일은 사람이 평생토록 마땅히 해야 할 본분이다.
목수·미장이·대장장이·옹기장이가 하는 일부터 새끼 꼬는 일·짚신 삼는 일·그물 뜨는 일·발 엮는 일·먹과 붓 만드는 일·옷감 재단하는 일·책 매는 일·술 빚는 일·밥 짓는 일 그리고 그 밖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일들은 각자 재주와 능력에 따라 독서하고 수행하는 한가한 틈을 이용해 배우고 익혀야 한다.
사소하고 보잘 것 없는 재주나 기술에 불과하다고 가볍게 여기거나 업신여기면 안 된다. 다만 그와 같은 일에 정신을 빼앗겨 헤어나지 못한다면 그 또한 크나큰 잘못이다.
비록 독서가 좋다고 하지만 독서에만 탐닉해 세상살이의 이치에 깜깜한 자는 어리석은 사람이다.
고봉 기대승이 독서에만 정신을 쏟다가 보리 멍석을 비에 쓸려 떠내려가게 한 것은 결코 훌륭한 일이라고 말할 수 없다. 사람이 독서하는 틈을 이용해 울타리를 매고 담을 쌓거나 마당을 쓸고 변소를 치우거나 말을 먹이고 물꼬를 보며 방아 찧는 일을 한다면 몸과 체력이 단단해지고 뜻과 생각이 평안해져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이덕무가 쓴 『사소절(士小節)』에 실려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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