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가사어(袈裟魚)…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의 힘과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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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가사어(袈裟魚)…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의 힘과 가치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5.11 07: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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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84)
 

[한정주=역사평론가] 지리산 속에 못이 있다. 못 위로는 소나무가 빽빽이 늘어서 있다. 소나무의 그림자가 항상 못 속에 쌓여 있다.

그곳에서 사는 물고기의 무늬가 매우 빛이 나고 아롱거려 마치 가사(袈裟)와 같았다. 이로 말미암아 이름을 가사어(袈裟魚)라고 불렀다. 대개 소나무의 그림자가 변화한 것이다.

그 물고기를 얻는 것은 매우 어려운데, 삶아서 먹으면 무병장수(無病長壽)한다고 말한다. (재번역)

智異山中有湫 湫上松樹森列 其影恒積于湫 有魚文甚斑爛若袈裟 名爲袈裟魚 盖松影所化也 得之甚難 烹食則能無病長年云. 『이목구심서 2』

박물학의 고전 중 『산해경(山海經)』이라는 책이 있다. 고대 중국의 신화, 지리, 동물, 식물, 광물, 무술(巫術), 종교, 고사(古史), 의약, 민속, 인종 등에 관한 온갖 종류의 지식과 정보를 그림 150폭과 함께 수록하고 있다.

특히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의 인간과 동물 등이 많이 실려 있다.

일각수(一角獸: 유니콘), 인어(人魚), 구미호(九尾狐) 등 동아시아의 신화와 전설의 원형이 되는 동물들을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까닭에 『산해경』을 상상력의 원천이자 문화, 즉 신화와 전설의 보고라고 말한다.

지리산의 가사어(袈裟魚)가 실존한 물고기인지 아니면 상상 속의 물고기였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의 진위(眞僞)를 따지는 것은 지금 백두산의 괴물이나 영국 네스호의 괴물을 찾는 일 만큼이나 허망한 짓이다.

『산해경』속 동물들이 실존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동양의 고전 중 하나로 언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것은 상상력이 인간의 삶과 정신에 얼마나 큰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는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의 스토리가 갖는 힘과 가치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지리산 가사어에 관한 기록은 마땅히 이러한 시각에서 읽어야 한다. 상상력과 그것을 바탕으로 하는 스토리텔링의 힘과 가치를 본다면 ‘지리산 가사어’에 관한 이덕무의 글은 괴상하고 황당하기보다 다른 어떤 글보다 큰 가치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하겠다.

지리산 가사어를 소재 삼아 한 편의 판타지 동화나 소설을 써볼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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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어 2023-12-06 18:08:33
좋은 기사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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