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암(勉菴) 최익현…“경건하게 올바른 길을 가는데 부지런히 힘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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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암(勉菴) 최익현…“경건하게 올바른 길을 가는데 부지런히 힘쓰라”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5.18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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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선비의 자호(字號) 소사전(끝)
▲ 면암 최익현의 초상.

[한정주=역사평론가] 자(字)는 찬겸(贊謙). 화서(華西) 이항로의 수제자로 호남의 기정진과 영남의 이진상과 함께 조선 말기 성리학을 대표하는 학자이자 위정척사파의 수장이었다.

스승 이항로는 사람을 만날 때면 특별히 최익현을 두고 장래가 기대되는 재목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면암(勉菴)’이라는 호 역시 스승인 이항로가 내려준 것이다.

이항로는 ‘낙경민직(洛敬閩直)’이라는 글을 써주면서 ‘부지런히 힘쓰라’는 뜻으로 ‘면(勉)’ 자를 빌어 ‘면암(勉菴)’이라고 호를 지어주었다.

‘낙경민직’의 네 글자는 성리학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뜻과 의미를 담고 있다. ‘낙(洛)’은 낙읍(洛邑)에 살았던 정자(程子)를 가리키고 ‘민(閩)’은 ‘민중(閩中)’에 살았던 주자(朱子)를 지칭한다.

또한 ‘경(敬)’은 정자의 ‘거경궁리(居敬窮理 : 경건하게 거처하며 이치를 궁구한다)’에서, ‘직(直)’은 주자의 ‘경이직내(敬以直內 : 경건함으로 내면을 바르게 한다)’에서 취한 것이다.

다시 말해 ‘경(敬)’을 중시한 정자의 사상과 ‘직(直)’을 강조한 주자의 뜻을 좇아 ‘경건하게 올바른 길’을 걸어가라고 한 것이 ‘낙경민직’의 네 글자였다.

따라서 ‘면암’이라는 최익현의 호는 경건하게 올바른 길을 가는데 부지런히 힘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이항로가 말한 올바른 길이란 다름 아닌 ‘위정척사(衛正斥邪)’였다. 실제 최익현은 성리학을 지키고 외세를 배척하며 개화와 근대화에 반대하는 위정척사의 수호신으로 살았다.

특히 러·일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조선에 대한 침략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자 73세의 노령임에도 1906년 윤4월 전라북도 태인에서 의병을 일으켜 싸우다 일본군에게 체포당해 7월 8일 쓰시마(對馬島)로 유배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단식으로 저항하다가 4개월이 조금 지난 11월 17일 끝내 숨을 거두고 만다.

그의 삶과 죽음은 젊은 시절 스승 이항로가 준 ‘낙경민직(洛敬閩直)’이라는 네 글자와 ‘면암(勉菴)’이라는 호에서 한 치도 어긋나지 않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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