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가장 좋을 때, 가장 나쁠 때 가진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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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가장 좋을 때, 가장 나쁠 때 가진 마음”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5.27 0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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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98)
 

[한정주=역사평론가] 새는 하늘을 날 때 반드시 먼저 남쪽을 향해 날아간 뒤에 다른 곳으로 날아간다. 이(蝨)는 나아갈 때 반드시 먼저 북쪽을 향해 나아간 뒤에 다른 곳으로 나아간다. 제각기 그 음양의 기운을 따라 움직인다.

해바라기 해를 향해 기울어지는 것은 품종이 편향된 것이다. 내가 해바라기를 분(盆)에 심고 매일 그 모습을 관찰하였다. 아침에는 동쪽으로 한낮에는 정중앙으로 저녁에는 서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이 단 한 번도 착오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해바라기가 동쪽으로 기울어질 때 분(盆)을 서쪽으로 옮겨놓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축 늘어져서 죽고 말았다.

슬프다! 내가 해바라기로 하여금 절개를 잃게 했더니, 해바라기가 절개를 지키다 끝내 죽고 만 것이다. (재번역) 

鳥之飛也 必先南而後它之 虱之行也 必先北而後它之 各從其陰陽之氣也 葵花之傾日 品鍾之偏也 余種于盆 觀其每日朝東午正夕西無一差 方其東也 移盆使西之 少間低垂而死 噫余使葵失節 而葵守節而死也. 『이목구심서 1』

만약 평생에 걸쳐 간직해야 할 절개가 있다면, 그것은 마땅히 이래야 할 것이다.

“어진 사람(仁者)은 흥망(興亡)과 성쇠(盛衰)로 절개를 고치지 않고 의로운 사람(義者)은 보존(保存)과 멸망(滅亡)으로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소학(小學)』에 나오는 말이다.

가장 좋을 때 지닌 마음을 가장 나쁠 때도 잃지 않는다. 가장 나쁠 때 가진 마음을 가장 좋을 때도 잃지 않는다.

그와 같이 할 수만 있다면 어진 사람이요 의로운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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