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서재…“책은 좋아하는데 독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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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서재…“책은 좋아하는데 독서는?”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5.28 0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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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99)
 

[한정주=역사평론가] 서재가 조금 서늘하고 시골에서 만든 막걸리의 술기운이 뺨에 오를 때 오른쪽 벽에 송나라의 시인 문장원(文壯元 : 문천상(文天祥))의 초상을 걸어놓고, 왼쪽 벽에는 동진(東晉)의 시인 도징군(陶徵君 : 도잠(陶潛))의 초상을 걸어놓는다.

그리고 치성(徵聲)으로 문장원의 ‘정기가(正氣歌)’를 노래하고, 상성(商聲)으로 도징군의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읊는다. 이 순간 좌우를 돌아보노라면 맹렬한 기세와 서글픈 기운이 가슴속에 교차한다.

촛불 빛이 무지개다리를 완성할 때 검(劒)의 등을 거꾸로 잡고 옥으로 만든 연적을 두드리면 마치 구리 북 소리처럼 쟁그랑 쟁그랑거린다. (재번역)

書齋薄寒 村醪騰頰 右壁 揭文壯元像 左壁 揭陶徵君像 徵聲 誦正氣歌 商聲 誦歸去來辭 睥睨左右 烈悲酸瑟 時燭焰盡成珥虹 倒把劒脊 築玉蟾蜍 鏗鏘如銅皷音. 『선귤당농소』

이덕무는 스무 살 무렵 목멱산(남산) 아래 자신의 집에 ‘구서재(九書齋)’라고 이름을 붙였다.

서재에 책을 아끼는 아홉 가지 생각을 담았다. 구서(九書)란 첫째 독서(讀書), 둘째 간서(看書), 셋째 장서(藏書), 넷째 초서(鈔書), 다섯째 교서(校書), 여섯째 평서(評書), 일곱째 저서(著書), 여덟째 차서(借書), 아홉째 폭서(曝書)다.

책을 읽는 것, 책을 보는 것, 책을 간직하는 것, 책의 내용을 뽑아 베껴 쓰는 것, 책을 바로잡아 고치는 것, 책을 비평하는 것, 책을 저술하는 것, 책을 빌리는 것, 책을 볕에 쬐고 바람에 쐬는 것 등이다.

책을 좋아하더라도 ‘독서(讀書)’라는 두 글자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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