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마음을 가져야 문장을 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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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마음을 가져야 문장을 알아볼 수 있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6.04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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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105)

[한정주=역사평론가] 문장은 하나의 기예일 따름이다. 오히려 고상한 것과 속된 것의 분별을 혼탁하게 하거나 진짜와 가짜의 구별을 혼동하고 있으니 어떻게 산수(山水)를 품평하고 인물을 감식하겠는가.

공정한 마음을 갖추어야 문장을 식별할 수 있다. 편견을 고집하는 사람과는 구설(口舌)로 다툴 필요조차 없다.(재번역)

文章一藝耳 尙渾混於雅俗眞贋之辨 山水何能品 人物何能鑑 持公心者識文章 偏見之守不可以口舌諍. 『이목구심서 2』

나는 옛 사람이 남긴 말 중 윤휴의 “천하의 진리란 한 사람이 모두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

진리를 알게 되었다고 하는 사람은 그 진리에 머무를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순간 그는 진리로부터 멀어진다. 진리는 절대적이지도 고정불변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진리는 상대적이고 가변적이다. 어떤 경우에는 옳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르고, 어떤 때에는 맞지만 어떤 때에는 틀리게 되는 것이 진리라는 놈이다.

따라서 어떤 것도 단정지지 않고,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식견을 가져야 비로소 진리를 이해했다고 할 수 있다.

나의 견해만이 천하의 진리라고 하는 사람은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자에 불과하다. 공정한 마음을 가져야 하며 편견을 가진 사람과는 다툴 필요도 없다는 이덕무의 말은 따라서 공자가 말한 중용(中庸)의 철학과 붓다가 말한 중도(中道)의 길과 박지원이 말한 중간(中間)의 이치와 맥락이 같다.

산수를 품평하고 인물을 감식하고 문장을 비평할 때 모두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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