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과 불화…은일한 사람의 세 부류 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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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과 불화…은일한 사람의 세 부류 등급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6.0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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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107)
 

[한정주=역사평론가] 천만 가지 틈과 불화가 침범해 일어나고 솟구치는 것은 단지 내가 천만 사람과 더불어 그 뜻을 맞춰 서로 같이 하려고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고, 저 천만 사람 또한 거들떠보지 않거나 나와 더불어 서로 같이 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개 한 사람이 하는 일에도 뜻이 같은 것이 있고 같지 않은 것이 있다.

나와 같지 않은 자 가운데에서도 그 같은 것을 취할 뿐이라면 함정은 설치하지 않아도 되고 칼날은 녹이고 화살은 거두어도 된다.(재번역)

千罅萬釁之迭發而逬出者 只緣吾與千萬人其志洽欲相同 而不得焉 彼千萬人 又邁邁不欲與吾一人洽相同焉 夫一人之爲也 有同者有不同者 可於不同者中 取其同焉者而已 則機穽不可設也 鋒鏑可銷而戢也. 『이목구심서 3』

세상과 뜻이 맞지 않아 은일(隱逸)한 사람에도 세 부류의 등급이 있다. 시은(時隱)과 신은(身隱)과 대은(大隱)이 바로 그것이다.

시은(時隱)은 무도(無道)한 시대를 만나 자신의 도를 세울 수 없다면 은거하는 사람이다.

신은(身隱)은 애초 세상사에 뜻이 없어서 어떤 시대를 만났다 하더라도 은거했을 사람이다.

대은(大隱)은 산림에 몸을 두지 않고 권세와 부귀의 한가운데에 처해 있으면서도 오히려 권세와 부귀에 초탈한 사람이다.

시은(時隱)과 신은(身隱)이 깨끗한 곳에서 깨끗함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대은(大隱)은 더러운 곳에서 깨끗함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이 세 부류의 은자(隱者) 중 상(上)은 누구이고, 중(中)은 누구이고, 하(下)는 누구인가에 대해서는 각자가 판단할 일이다. 이탁오의 『속분서(續焚書)』속 ‘은자설(隱者說)’에서 취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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