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대로 되는 일과 뜻대로 안 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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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대로 되는 일과 뜻대로 안 되는 일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6.14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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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113)

[한정주=역사평론가] 일이 내 뜻대로 되어도 단지 그렇게 보낼 뿐이다.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아도 역시 그렇게 보낼 뿐이다.

그러나 언짢게 보내는 일과 기분 좋게 보내는 일이 있다.(재번역)

事到如意 只一遣字 事到不如意 亦一遣字 然有逆遣順遣. 『선귤당농소』

사람은 일생동안 수많은 일을 계획한다. 그러나 자신의 뜻과 의지대로 되는 일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보라. 아마도 별로 없을 것이다.

왜 그럴까? 일의 성공과 실패에는 계획과 뜻보다는 오히려 ‘운’이 훨씬 더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운’이란 운명과 기회 혹은 행운과 불운이 아니라 ‘우연’으로 해석되어야 마땅하다.

사람의 진정한 능력은 이 ‘운(혹은 우연)’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다. 비슷한 계획과 뜻을 세웠다고 해도 ‘운(혹은 우연)’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사람의 삶은 크게 차이가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운(혹은 우연)’은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을 가장(假裝)하거나 위장(僞裝)한 채 언제 어느 곳에서 나타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항상 주도면밀하게 살펴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까닭에서일까? 루이 알튀세르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운’의 정치학이자 ‘우연’의 철학으로 새롭게 독해했다. 심지어 그는 ‘변증법적 유물론’을 비판하고 ‘우연성의 유물론’을 주장하기까지 했다. 참으로 기이한 철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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