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위한 지속 가능한 미래···글로벌 중산층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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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위한 지속 가능한 미래···글로벌 중산층의 반란
  • 김윤태 기자
  • 승인 2014.02.2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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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뭄바이의 여성협동조합 ‘리자트(Lijjat)’는 77개 지부를 둔 세계 최대 여성협동조합이다.
인도 뭄바이의 빈민가에서 탄생한 여성협동조합 ‘리자트(Lijjat)’는 가난한 여성들이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콩 전병을 만드는 데서 시작해 17개주 4만2000명의 여성들을 고용하고 77개 지부를 둔 세계 최대 여성협동조합으로 발돋움했다.

모두에게 평등한 임금을 지급하고 투명하게 경영되는 리자트는 인도 여성들의 문맹 퇴치에도 힘쓰고 있으며, 경제권을 부여함으로써 이들이 성차별의 억압에서 벗어나 독립할 수 있게끔 돕기도 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유서 깊은 출판사가 문을 닫으며 직장을 잃은 57명의 직원들이 보상금을 십시일반으로 모아 탄생한 저축협동조합 ‘코프57(Coop57)’은 지역 고용을 위한 금고 역할을 한다.

현재 코프57은 1200명 규모로 성장했으며 지역․스포츠․장애인․환경운동 관련 재단 및 협회 등 350개 단체가 합세해 지역 유기농장, 사회적 기업, 아동센터 등 사회적․문화적․환경적 소명을 가진 활동에 출자를 하고 있다.

금융기관이 이익 창출을 위해 투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프로젝트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경제 위기는 오히려 득이 되었다. 기존 은행 대출이 힘들어졌기 때문에 시민들이 기왕이면 윤리적 목적을 가진 저축협동조합에 예금을 맡기려고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철옹성 같기만 하던 기존 체제는 전 세계 곳곳에서 시민들이 일으키는 변화에 의해 조금씩 균열이 일고 있다.

‘글로벌 중산층의 반란’으로 불리는 이 움직임은 사회 최하층이 아닌 중산층으로 대변되는 평범한 시민들이 주축이 되고 기성 정당이나 노조 같은 조직 단위가 아닌 다양한 의제를 중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종전의 대규모 정치․사회 운동들과 구별된다.

시장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정치, 대형 금융기관의 경제 장악 규탄, 교육 및 의료의 상품화 반대 같은 거대 이슈에서부터 특정 상품의 수입 반대, 치안 강화 요구, 공공서비스 투자 확대 요구에 이르기까지 그 슬로건들도 각양각색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그들이 요구하는 것은 하나이다. 바로 ‘더 나은 삶’이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시민인 그들이 ‘나’의 일상을 조금이나마 개선하기 위해 시작한 움직임들은 점점 더 많은 이들이 함께하면서 ‘우리 모두’가 더불어 잘 살기 위한 세상을 만드는 조용하지만 위력적인 혁명들로 진화해왔다.

▲ 스페인의 저축협동조합 ‘코프57(Coop57)’은 지역 고용을 위한 금고 역할을 한다.
이 움직임들은 관 주도의 ‘운동’도 아닌 데다 특정한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뒷받침을 받지 못했는데도 가히 놀라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리던 농촌은 다시 신록으로 우거지게 되었고 실업이 만연하던 많은 나라들에는 일자리가 만들어졌고 고질적 가난과 기아로 괴로움을 당하던 이들은 더 나은 생활을 하며 배를 곯지 않고 다국적기업들에 초토화된 지역 경제는 다시 부흥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국가나 거대 기업이 해낸 일들이 아니다. 무명의, 평범한 시민들이 해낸 일이다.

프랑스의 경제·사회 문제 전문기자 베네딕트 마니에는 북반구와 남반구를 가로질러 아프리카의 최빈국에서부터 인도 및 브라질 같은 신흥국과 북미 일본 유럽의 선진국들에 이르기까지, 수십 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들 조용한 혁명의 현장을 직접 발로 뛰어 취재했다.

그리고 시민들의 열망이 이룬,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이루고 있는 기적 같은 변화를 두 눈으로 목격하고 이 무수한 움직임들이 모이고 모여 결국에는 세계를 변화시킬 것임을, 인류의 미래는 시민 사회의 이 조용하고도 위력적인 혁명에 달려 있음을 확신했다.

그의 저서 『백만 개의 조용한 혁명』은 마거릿 대처의 신자유주의의 단호한 명제인 ‘대안은 없다’에 대한 답변과도 같은 책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시민들은 환경에 책임감을 가지고 지역에 뿌리를 내린 채 연대하는 시민 자치 공동체를 이룸으로써 자본주의의 그늘에서 벗어나 소비지상주의를 극복할 수 있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첨단자본주의에 지친 이들이 자발적으로 단순하고 느린 삶을 선택하고 그 과정에서 산지(産地)를 재발견하고 직거래 통로를 만들어 유통 혁명을 일으키고 지역 문화를 부흥으로 이끌고 일자리를 창출해낸다.

이렇게 탄생한 프랑스의 지역 구매 시스템인 아마프(Amap)는 20년 만에 농경지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미디 피레네 지역의 수많은 농민들을 살려냈다.

이 같은 조용한 혁명들이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21세기를 사는 거의 대부분의 인간들이 당면해 있는 문제들(경제 위기, 환경오염, 실업, 도시생활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이다.

자본주의가 막다른 길에 이른 가운데 더 참여하고 연대하는 인간적인 사회를 열망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은 이렇듯 조금씩 세계를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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