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식(飽食)과 소식(少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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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飽食)과 소식(少食)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6.1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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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117)

[한정주=역사평론가] 나는 일찍이 배가 부르게 음식을 먹는 것은 사람의 정신을 혼탁하게 해 독서에 크게 이롭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손님이 “소년들을 많이 살펴보았는데 밥을 많이 먹는 자는 반드시 요절했다”라고 말했다.

지금 『박물지(博物志)』를 펼쳐보았다. 그곳에는 “적게 먹으면 먹을수록 마음이 열리고 더욱 맑아진다.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마음이 막히고 수명은 줄어든다”라고 적혀 있다.

앞서 내가 말한 것이 징험(徵驗)이 있음을 알 수 있다.(재번역)

余嘗覺飽食 令人神濁 大不利於讀書 客曰 歷觀少年多喫飯 必夭折 今看博物志 有曰 所食逾少 心開逾益 所食逾多 心逾塞年逾損 焉知前言之有驗也. 『이목구심서 6』

포식(飽食)하거나 과식(過食)하면 음식물을 소화시키느라 위장으로 혈액이 몰려서 두뇌에는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두뇌의 활동과 기능이 떨어져 졸음이 오거나 정신이 흐려진다는 사실은 현대 의학의 상식이다.

비록 의학의 도움을 빌지 않더라도 과식하면 집중력이 흐트러져 독서에 크게 불리함을 깨닫는다.

논리적 사유와 분석이 아닌 직관과 징험의 방법을 통해서도 세상 만물의 이치를 깨우칠 수 있다.

이덕무는 동서고금의 박물학(博物學) 관련 서적을 두루 섭렵해 세상의 모든 지식과 정보의 기원과 역사를 고증하는 글쓰기를 즐겼다. 만약 누군가 내게 이덕무가 평생 추구했던 학문의 길을 한 마디로 표현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자신 있게 “그것은 다름 아닌 ‘박물학’이다”고 말하겠다.

『박물지(博物志)』는 중국의 위진남북조(魏晉南北朝) 시대에 장화(張華: 232〜300년)라는 사람이 편찬한 서적이다. 세상 온갖 것들에 대한 당시 지식인의 왕성한 지식욕과 탐구욕에 대한 백과사전적 기록이다.

이덕무는 3세기 말경 편찬된 고대 중국의 『박물지』에서부터 명나라 말기인 1607년 왕기(王圻)가 편찬한 최신의 백과사전인 『삼재도회(三才圖會)』까지 중국의 박물학 서적을 넓게 독서했다.

또한 젊은 시절부터 조선 최초의 백과사전인 『지봉유설(芝峯類說)』과 18세기 최신의 백과사전인 『성호사설(星湖僿說)』을 탐독했다. 더욱이 1713년에 데라시마 료안(寺島良安)이 편찬한 최신의 일본 백과사전인 『화한삼재도회(和漢三才圖會)』까지 소장하고 열독했다.

고대에서부터 18세기 당대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 3국(한·중·일)의 지식과 정보를 한곳에 모아 간직하고 있었던 사람이 바로 이덕무였다.

그의 독서와 지적 편력이 얼마나 거대하고 방대했는지 아직도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 이덕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조선 최고의 박물학자(博物學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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