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과 노름…“지나친 분별은 단속과 검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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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과 노름…“지나친 분별은 단속과 검열 우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6.19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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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118)
 

[한정주=역사평론가] 예부터 바둑 두는 것을 좋아하는 일에 대해서는 비록 현인(賢人)이라고 해도 거기에 빠져들지 않고 벗어나기가 매우 어려웠다.

위소(韋昭)와 왕숙(王肅)과 갈홍(葛洪)과 도간(陶侃)과 안지추(顔之推)와 피일휴(皮日休)와 임포(林逋) 등 몇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대개 이들도 바둑을 힘써 배척했다.

나는 평생 바둑을 즐기지 않아서 바둑을 전혀 두지 못할 뿐만 아니라 또한 배우고 싶은 마음도 없다.

어떤 사람이 “다른 놀음은 끊어야 한다. 그러나 바둑은 여유롭고 고상해서 할 만하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내가 웃으면서 “바둑은 범죄의 괴수이다. 모든 놀음이 어찌 이 바둑 가운데에서 흘러나온 것이 아니겠는가. 놀음과 오락을 물리치고자 한다면 먼저 바둑을 시작하는 것부터 배척해야 한다. 해야 할 일과 업무는 내팽개친 채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바둑판의 길을 다투느라 시끄럽게 지껄이고 떠들어댄다. 고상한 풍치를 보기 전에 바둑의 노예가 될 뿐이다.”라고 말했다. (재번역)

古來好着棊奕者 雖賢人 脫然不染甚難 惟韋昭 王肅 葛洪 陶侃 顔之推 皮日休 林逋數人 盖極力闢之也 余平生不樂此技 非徒不能 亦不欲爲也 人或曰 它技可絶也 棊則閑雅可爲也 余笑曰 棊爲罪魁 諸伎豈不從此中流出耶 欲闢技戱 先從棊始耳 廢事業 竟晝夜 爭途喧囂 不見雅致 先爲棊奴耳. 『이목구심서 6』

바둑과 노름이 나빠서 그렇겠는가? 바둑과 노름에 지나치게 빠져 모든 일을 내팽개치고 밤낮을 가리지 않아서 몸과 정신을 망치는 행위가 나쁠 따름이다.

중도(中道)와 중정(中正)을 잃지 않는다면 바둑인들 어떻고 노름인들 어떻겠는가?

바둑과 노름에서 잠깐의 휴식과 재미와 여유를 누릴 수 있다면 오히려 권장할 만하다. 취미(趣味)와 취향(趣向)과 기호(嗜好)는 모두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본래 어떤 것은 좋고 어떤 것은 나쁘다고 논할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좋은 것과 나쁜 것의 분별이 지나쳐 단속과 검열이 되지 않을까 두려워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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