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속 두꺼비와 갈대 뿌리와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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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속 두꺼비와 갈대 뿌리와 구멍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6.26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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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124)

[한정주=역사평론가] 백동수가 을유년(乙酉年) 겨울 아산(牙山)에 갔다가 도랑을 10리(里)가량 팠다. 다음해 봄 논에 물을 대기 위해서였다.

땅을 두 길쯤 파자 겨울잠을 자고 있는 두꺼비가 있었다. 그런데 두꺼비가 들어온 구멍은 없었다. 또한 갈대 뿌리가 땅 속 깊이 세 길이나 뻗어 있었다. 모두 기이한 일이다.

다시 땅 속 큰 바위 밑에 구멍이 있었다. 긴 대나무 서너 개를 연속해서 집어넣어보았지만 그 깊이가 몇 길인지 끝내 측량하지 못하였다.

白永叔 乙酉冬 往牙山 鑿十里渠 將以明春澆田 穿二丈 則有蟄蟾而無所從入之穴 亦有蘆根 直入地三丈 皆是異事 又地中盤大石有穴 續長竹三四揷之 終不得量其深幾丈云.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동물에 관한 우화’에서 두꺼비를 ‘탐욕’의 상징으로 묘사했다.

왜? 두꺼비는 아무리 흙을 먹어도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해 항상 흙이 모자라면 어떡할까 걱정하기 때문이란다.

여기에서 과학의 이름 아래 그 진실 여부를 가리고 싶지는 않다. 나의 관심과 역량 밖의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두 길(약 6m)이나 되는 땅 속 깊은 곳에서 두꺼비를 발견했다는 이덕무의 기록과 대조해볼 때 다빈치의 말은 당시 특별한 근거가 있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두꺼비도 그렇고 땅 속 깊이 뻗어 있는 갈대 뿌리와 깊이를 가늠하기 힘든 거대한 구멍을 도대체 왜 글로 남겼을까? 자연과 사물의 기이한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자연과 사물의 기이한 현상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을 통해 혁신을 이루고 발전해왔다. 미지(未知)의 현상을 기록으로 남긴 까닭은 비록 나는 밝힐 수 없지만 누군가 나타나 그 해답을 찾아주기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까닭에 일상의 평범함을 글로 옮기는 것 못지않게 자연과 사물의 기이함을 기록하는 것 또한 귀중하게 여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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