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해진 소비자…해외직구로 소비트렌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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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해진 소비자…해외직구로 소비트렌드 이동
  • 조선희 기자
  • 승인 2014.02.25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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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쇼핑족 4명중 1명…수입유통업체의 가격에 대한 반란

 
지난해 전자상거래 수입물품 통관건수가 1115만9000건으로 전년 대비 40%나 증가했다. 금액으로는 10억4000만 달러(약 1조1220억 원)로 전년보다 47% 급증했다. 관련 물품 통관 이래 처음으로 1000만건과 1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전자상거래업체가 확산된 2009년 처음 1억 달러를 넘어선 점을 감안하면 급속한 성장이다.

올해 유통업계에서는 병행수입과 해외직구가 가장 큰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아직 소매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 미만으로 매우 작지만 규모는 3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성장해 있다.

지난해 8월 대한상의가 국내 온라인쇼핑족 16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해외 직접구매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24.3%가 “해외 인터넷쇼핑몰이나 구매대행 사이트를 통해 상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온라인쇼핑족 4명중 1명은 이른바 ‘해외직구족(直購族)’에 해당하는 셈이다.

이들은 해외직구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로 ‘국내 동일상품보다 싼 가격’(67%)을 들었다. 이어 ‘국내에 없는 브랜드 구매’(37.8%), ‘다양한 상품 종류’(35%), ‘우수한 품질’(20.3%) 등을 차례로 꼽았다.

대한상의는 “알뜰소비·가치소비의 확산과 더불어 개성과 품질을 찾으려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해외직구가 점차 늘고 있다”며 “특히 SNS·블로그 등을 통해 해외직구 이용방법이 공유되거나 직구 사이트들이 구매절차를 간소화하면서 이용 편의성이 증가된 점도 해외직구 활성화에 한 몫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지난해 전자상거래를 통한 수입물품 규모는 금액으로 10억4000만 달러(약 1조1220억 원)로 전년보다 47% 급증했다.
수입유통업체의 가격에 대한 반란
병행수입과 해외직구가 유통시장에 이슈로 부상한 데에는 정부가 움직였기 때문이다. 지난 1월9일 물가관계부처회의를 통해 정부는 물가안정의 한 방편으로 유통구조 개선→병행수입시장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오는 3월 더욱 구체적인 방침으로 무장될 예정이다.

유통업계를 대상으로 행해진 여러 규제들과 달리 이번 정책은 저성장 시대 스마트 가치소비에 익숙해져 가는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행태와 방향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방침은 소비트렌드에 맞추고자 한 것이라기보다는 공산품 물가상승의 주범 중 하나로 ‘고가의 수입 브랜드’를 지목했고, 특히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수입물품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행위에 대응하는 경쟁 채널을 강화함에 그 목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병행수입 활성화는 ‘유통구조개선’을 전제로 제시된 대책이라는 점에서 기존 수입브랜드 유통채널에 대한 문제제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해외직구나 병행수입을 통한 수입물품가격이 국내 유통업체들의 판매가격대비 현저히 낮다는 점이 문제의 발단인 것이다. 이 경우 왜 가격차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관계부처의 분석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흡사 2011년 공정위가 대형유통업체들을 대상으로 중소업체에 대한 납품수수료 인하를 요구했던 논리와 유사하다.

병행수입이란 외국에서 적법하게 상표가 부착돼 유통되는 진정상품을 제3자가 국내의 상표권자 또는 전용사용권자의 ‘허락없이’ 수입하는 행위를 일컫는데 우리나라에는 1995년 병행수입이 법적으로 허용됐다.

병행수입업체는 해외의 매장이나 제3국의 독점판매업체를 통해 제품을 수입해 자국의 대형마트나 온라인매장을 중심으로 상품을 판매한다. 병행수입은 독점판권사업자 입장에서는 골칫거리일 수 있어 둘 간의 분쟁사례가 많은 편이다.

심지어는 전 세계적으로 법리 해석에 있어서도 이견이 분분한 병행수입을 우리 정부가 활성화하겠다고 나섰는데 사실 활성화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2년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병행수입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있다. 당시 한미FTA가 발효된 직후였기에 더욱 민감한 사안이었으며 비교적 파격적으로 제시된 여러 방안들 중 통관인증제 도입이 실제로 시행돼 왔다.

병행수입물품 통관인증제란 위조상품 적발 등 관세법 위반사실이 없는 성실업체가 수입하는 병행수입물품에 대해 정식 통관물품임을 인증하는 통관 표지를 부착해 판매하도록 하는 제도다. 소비자들은 수입 명품브랜드 구매 시 정식 수입된 진품인지 알 수 없어 병행수입 물품구매를 꺼려 왔으나 구매현장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통관사실을 즉시 확인할 수 있어 구매율이 증가해 왔다.

이후 병행수입업계에서는 통관인증 업체, 품목, 상표 등을 늘려줄 것을 꾸준히 요청해 왔고 관세청은 2013년 3월 발표를 통해 병행수입 통관인증 대상을 대폭 확대키로 했다. 특히 대형유통업체들도 이 제도를 활용케 함으로써 사실상 시장 진입을 승인하게 된다.

논의가 더욱 구체화된 시점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다. 2013년 물가회의에서는 물가상승의 주요 원인을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유통구조, 독과점, 가격 및 원가정보의 비대칭성’ 등으로 제시했다. 특히 공산품의 유통구조는 상대적으로 단순하지만 일부 ‘독과점적 공급구조’로 인해 비경쟁적 가격거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독점판권수입업체를 의미한다. 이후 지경부 주도로 유통구조개선 TF 산하 분과회의가 구성돼 각종 유통구조에 대한 모니터링 기능이 강화돼 왔다.

실제 대한상의 설문조사에서도 해외직구 경험자들이 체감하는 FTA발효 후 해외브랜드 상품의 국내가격을 물은 결과 “동일하거나 오히려 증가했다”는 답변이 91.3%에 달한 반면 “직접적인 관세혜택 증가로 해외직구 횟수와 이용금액이 종전보다 증가했다”(20.5%)는 답변이 “감소했다”(5.8%)는 응답을 크게 앞질렀다.

▲ 해외직구를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동일상품보다 싼 가격’(67%)이 꼽혔다.
병행수입보다 더 강렬한 흐름, 해외직구
한편 해외직접구매(해외직구)는 병행수입보다 한층 능동적인 소비행태다. 해외직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 급상승, 개선이 더딘 소비경기 하에서 스마트·합리·가치소비에 이미 익숙해진 소비자들, 아마존 국내 진출 가시화 등을 감안할 때 직구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병행수입 2조원, 해외직구 1조원으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지만 성장세를 감안하면 2~3년 이내 병행수입 시장 규모와 맞먹을 것이라 추정된다. 해외직구는 직접구매, 구매대행, 배송대행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이처럼 해외직구의 가파른 성장은 2012년 3월 한미 FTA발효를 기점으로 미국에서 직접구매를 할 경우 관세를 물리지 않는 구매금액 상한선이 기존 15만원 이하(상품가격+배송비)에서 200달러 이하로 상향 조정된 것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해외직구시장 확대의 가장 큰 걸림돌은 아마도 관세와 배송비 부담이다. 이들 합산가격보다 저렴한 물품에 구매대상이 한정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서 아마존의 한국 진출을 막연히 두려워하는 이유도 여기서 비롯된다. 아마존과 같은 거물급 해외유통채널은 해외물품 구입에 대한 각종 장벽을 낮추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한국 진출 영향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동안 국내에 진출했다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한 해외 온라인업체들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재를 공급받을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지닌 나라는 미국이다. 이 미국시장 온라인유통의 약 3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회사가 아마존닷컴이다.

아마존은 한국의 온라인유통업체들과는 달리 ‘재고를 매입해 자체 물류센터에 보유한 채’로 판매하는 상품 비중이 매우 높다. 재고관리나 고객 소비성향에 대한 DB 분석 능력이 탁월하다는 반증이다. 아마존의 방대한 상품보유 및 중개능력, 투자를 아끼지 않는 물류시스템, 간편한 결제시스템이 한국 사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경우 국내 유통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 해외직구와 병행수입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은 일부 ‘독과점적 공급구조’로 인한 비경쟁적 가격거품이다.
한·미 FTA 발효 이후 급증
관세청에 따르면 해외직구 건수와 이용액은 2010년 318만회, 2억4200만 달러에서 2011년 500만회, 4억3100만 달러로 한·미 FTA가 발효됐던 2012년에는 720만회, 6억42000만 달러로 급증했다. 또한 해외직구 경험자들 대부분이 ‘해외직구를 지속적으로 이용할 것’(96.0%)이라고 답해 관련 시장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대한상의는 “현재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추후 해외직구가 더욱 확산될 경우 국내 소매시장이 잠식될 수 있다”며 “유통기업은 물론 국산제품을 생산하는 제조기업의 매출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해외직구족들은 지난 2년간 1인당 평균 5.7회에 걸쳐 총 93만원 정도를 해외 인터넷쇼핑몰이나 구매대행을 통해 쓴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별로는 전 연령대에서 비슷한 구매횟수를 보였으나 구매금액면에서 30대가 100.8만원으로 가장 씀씀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구입품목으로는 ‘의류’(41.5%)를 가장 많이 꼽은 가운데 ‘구두·악세서리 등 패션잡화’(40.8%), ‘건강식품’(34.5%), ‘유아용품·의류’(29.3%), ‘가방·지갑’(28%), ‘화장품’(26.8%) ‘식품’(14%), ‘전자제품’(11%)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해외직구시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구매 채널은 ‘국내 종합 온라인몰이 구축한 직구사이트’(37.8%), ‘해외 종합 온라인몰’(24.3%), ‘해외 브랜드 자체 온라인몰’(18.8%), ‘커뮤니티 사이트’(10.8%), ‘국내 중소 직구사이트’(5.3%), ‘블로그’(3.0%) 순이었다.

해외직구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 경험자의 66.8%가 ‘만족한다’고 답했고, 항목별로는 품질과 가격에 대한 만족도가 5점 만점에 4.0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상품 교환·환불이 2.6점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얻었다. 상품배송은 3.4점을 기록했다.

해외직구 쇼핑환경 개선을 위한 과제 역시 ‘환불·교환 절차 간소화’(68.3%)를 첫손에 꼽은데 이어 ‘상품 A/S 개선’(67.5%), ‘배송시간 단축’(45.8%), ‘정품확인 서비스’(43.8%), ‘주문절차 간소화’(27.5%), ‘충분한 상품정보 제공’(24.5%), ‘배송확인 서비스’(22.5%) 등을 차례로 지적했다.

김경종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해외로 향하는 국내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유통기업은 병행수입 등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품을 공급해야 한다”면서 “제조업체 역시 국산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원장은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제품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지금이야말로 해외 소비자의 이목과 클릭을 사로잡을 역(逆)직구 활성화 방안을 강구해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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