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과 세도(世道)…“불온하고 망상하고 상상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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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과 세도(世道)…“불온하고 망상하고 상상할 때”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7.06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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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127)

[한정주 역사평론가] 한나라의 문장은 자기와 다른 사람을 용납했다. 송나라의 문장은 자기와 다른 사람을 배척했다. 명나라의 문장은 자기와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고 꾸짖거나 원수처럼 다루었다.

원미(元美 : 왕세정)의 무리는 업신여겼다고 할 수 있다. 중랑(中郞 : 원굉도)의 무리는 꾸짖었다고 할 수 있다. 수지(受之 : 전겸익)의 무리는 원수처럼 다루었다고 할 수 있다.

가히 세도(世道)의 높고 낮음을 살펴볼 수 있다. (재번역)

漢文章 異己者容之 宋文章 異己者斥之 明文章 異己者侮之 又有罵之仇之者 元美輩 侮焉者也 中郞輩 罵焉者也 受之輩 仇焉者也 可以觀世道升降也. 『이목구심서 2』

만약 지금 문장의 세도(世道)가 있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글이란 반드시 불온해야 하고 마땅히 시대와 불화해야 한다”라고.

그것은 일찍이 시인 김수영이 주장했던 ‘문학의 불온성’과 맥락을 같이 한다.

나는 20세기 대한민국의 문인과 지식인 중 가장 위대한 말을 남긴 사람은 다름 아닌 김수영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전위 문학은 불온하다. 그리고 모든 살아 있는 문화는 본질적으로 불온한 것이다.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문화의 본질이 꿈을 추구하는 것이고 불가능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김수영 저, 『김수영전집2(산문)』, ‘실험적인 문학과 정치적 자유’, 민음사, 2003)

이보다 더 좋은 말이 있는가? 마치 이학규가 ‘망상(妄想)’을 예찬한 뜻과 같지 않은가?

또한 내가 ‘상상력’을 예찬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 불온하고 망상하고 상상할 때에야 우리는 비로소 권력의 족쇄와 시대의 굴레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유로운 인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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