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관찰…눈과 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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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관찰…눈과 서리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7.09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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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129)

[한정주 역사평론가] 세상 사람들은 오직 눈만이 여섯 모인 줄 알고 서리 또한 여섯 모인 줄은 알지 못한다.

내가 청명한 아침에 자세히 보니 서리에 여섯 모가 난 것이 거북 무늬처럼 매우 고르고 반듯하였다. 그러나 섬세하게 조각된 듯한 정교한 눈만은 못하였다.

눈과 서리는 모두가 수분이 찬 것을 만나서 응고될 때 뾰족하고 날카로운 쇠와 나무 모양을 이루게 되었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 중간에 있는 물에 기운이 맺혀 단단한 물질을 이루면 위로는 모금(母金) 금생수(金生水: 즉 금이 물을 낳는다)의 날카로운 것을 잇고 아래로는 자목(子木) 수생목(水生木: 즉 물이 나무를 낳는다)의 모서리를 이룬다.

나누어 말하면 눈은 기운을 받은 것이 다소 가볍고 연하니 목(木)에 가깝고 서리는 받은 기운이 조금 무겁고 억세니 금(金)에 가까운 것이다.

또 물이 처음 얼음으로 엉길 때에 능히 화죽(花竹)·지엽(枝葉)의 형상을 이루고 그 끝이 반드시 뾰족하고 날카롭다.

우박 또한 모서리가 있으니 모두 서리와 눈의 종류이다. 여섯 모가 난 것은 물의 수(數)이니 수정(水精)과 음정석(陰精石)이 또한 여섯 모이다.

世人但知雪之六出 而不知霜亦六出 余淸朝細看霜有六稜 如龜紋而甚均正 但不如雪之細雕頗 費天巧耳 始知雪霜皆水氣所化 遇寒而凝 必有稜銳者 金木之象也 水居中氣 結成堅質 則上承母金之銳 下傳子木之稜 分而言之 則雪受氣稍輕而軟 近木也 霜受氣稍重而勁 近金也 又水之初凝氷 能成花竹枝葉之狀 其端必尖利 雹亦有稜 皆霜雪之類也 六出者 水數也 水精及陰精石 亦六稜也. 『이목구심서 1』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은 만물보다 우월하다. 그러나 자연의 입장에서 보면 인간과 만물은 동등하다.

인간이 아닌 자연의 입장에서 보자. 왜? 인간도 자연의 피조물 중 하나이니까.

이제 인성(人性)과 물성(物性)이 동등하다는 시각에서 보면 주변의 사소하고 하찮고 보잘 것 없는 사물이 모두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갖는다.

눈과 서리조차 관찰의 대상이 되고 글쓰기의 재료가 된다. 만약 사람이 만물의 지배자이고 만물의 가치는 등급이 있다면 눈과 서리는 최하 등급에 자리할 것이다. 너무 흔하고 쓸모없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물이 변화하는 양상과 형태의 이치를 눈과 서리를 통해 깨우칠 수 있다면 그 가치는 최상 등급인가, 최하 등급인가?

사물의 가치는 차이가 존재할 뿐 무엇이 최상이고 무엇이 최하인지 어느 누구도 논할 수 없다. 주변의 사소하고 하찮은 사물은 그렇게 재발견되고 재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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