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 하나와 주름 한 줄에도 표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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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귀 하나와 주름 한 줄에도 표정이 있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7.1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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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130)

[한정주 역사평론가] 얼굴 위에 있는 사마귀 하나와 주름 한 줄에도 무한한 기관이 있다.

누구에게 아양을 부릴 때에 눈을 가늘게 깜박이고 그윽히 바라보며 이리저리 굴린다. 그러면서 의젓한 태도를 짓고 재미있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곁들이면 시원하기가 이슬과 같고 따뜻하기가 봄과 같지만 거기에는 전부가 속임수 아님이 없다.

이때에는 비록 탐하는 것이 도척(盜跖) 같고 믿음이 미생(尾生)과 같더라도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끌리지 않는 자가 없으니, 이것은 온 도시와 큰 저자의 교활한 장사치와 약삭빠른 거간꾼이 일생 동안 연마한 공력이다.

말소리가 소 울음 같고 걸음걸이는 돼지가 뛰룩이는 것과 같으며 털구멍이 빽빽하고 뼈마디가 추하지 않은 것이 없어 밝고 시원한 기운을 조금도 찾을 수 없으며 실 한 올 쌀 한 톨을 생명처럼 아끼고 의관을 한 때라도 제대로 입지 못하며, 그리고 낯선 사람을 대하면 입을 벌리고도 말을 못하고 얼굴을 붉히며 수줍어하니 그 까닭은 곧 무식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람은 아무리 사마덕조(司馬德操)같이 너그럽고 동방삭(東方朔)처럼 추이(推移)를 잘하는 이라도 눈썹을 찡그리고 혀를 끌끌 찰 것이니, 이는 농사에 파묻혀 나오지 않는 미련한 사람이다.

그는 한쪽에 빠져서 그 외에 무슨 좋은 일이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글을 잘 읽어서 본심을 잃지 않는 자는 특별한 남자다.

저 상고(商賈)와 전농(田農)의 무리들은 어째서 용렬하고 천한 것을 스스로 편안히 생각하고 힘쓰는가. 슬픈 것은 부끄러움이 없는 것이다. 부끄러움이 있으면 무엇이 불가하랴.

面上一痣一紋 有無限機關 當其媚說于人也 瞳子細瞬潛注 流轉動盪 逸態橫生 逬난017之以佳話 則洒如甘露 煦如陽春 其隱然精神 無非一欺字也 當此之時 雖貪如盜跖 信如尾生 無不茫然心醉 此通都大市 猾賈黠儈之一生功力也 聲如牛吼 行如豕突 毛孔骨節 無非駁濁 少無開明踈通之氣 惜一絲一粒 如惜性命 冠衣未嘗一時正著 對異色人 則口呿不語 面頳無聊 其所坐 卽無識二字也 如斯人也 雖德操之容物 方朔之推移 必蹙眉咄咄 此田農之間 埋頭不出之蠢夫也 溺於一偏 則不知有何好事復在此外也 是以善讀書而不喪眞心者 奇男耳 彼商賈田農輩 何乃自安庸賤而役役乎 嗟嗟所乏者耻矣 有耻 何不可. 『이목구심서 1』

얼굴 위 사마귀 하나와 주름 한 줄로 저자거리의 장사치와 거간꾼인지 알 수 있다는 말인가? 말소리와 걸음걸이로 무식한지 유식한지 분별할 수 있다는 말인가? 상인과 농민은 진실로 용렬하고 천한 것을 편안하게 여기고 부끄러운 것을 모르는 무리였을까?

지식인의 지나치게 편협한 생각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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