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병들면 십중팔구 마음도 병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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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병들면 십중팔구 마음도 병든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7.15 0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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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131)

[한정주 역사평론가] 병자가 신음할 때에는 평생에 가졌던 모든 욕심이 전부 없어지고 다만 회복되기만을 바라는 마음만 있기 때문에 다른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그런데 어떤 환자는 돈이나 쌀 등의 자질구레한 일을 병중에서도 관장하고 또 영리(榮利)에 관계된 일이 자신의 오랜 병 때문에 기회를 놓치게 되면 울화가 치밀어 혹 생명을 잃는 자가 있으니 매우 불쌍하지 않은가.

원래 병이나 욕심이 없으면서 죽고 사는 것을 따지지 않는 사람은 이른바 덕(德)이 높은 사람이다.

내 병이 이미 5~6일이 되었는데 입맛이 없어 맛을 모르겠고 머리가 띵하여 종일 우울하다. 밤이면 몸을 수없이 뒤척이며 어쩔 줄 모른다. 그러므로 내가 평생에 글을 읽던 그 마음이 반절은 줄었다.

그래도 손을 놓을 수는 없어서 하루에 한 번은 읽지만 뜬구름이 눈앞을 스치듯 한다. 을유년 12월24일에 부질없이 쓴다.

病者 方其呻吟時 平生諸慾沙汰 只有平復之願 存于中 故不暇它及耳 又有一種病人 錢米細事 於醫藥中 能管領且榮利等事 緣渠淹病 坐失期會 則虛熱上攻 或失性命者有之 豈不大哀乎 彼原不病而且無慾 不以死生爲計者 是所謂至人也 余病已五六日 舌苦而無厚味 頭暈終日不暢暢 夜則轉身無筭 如無所指向者 故余平生看書之心 已减太半矣 猶不忍也 一日一番看 然如邁雲之歷于眼也 乙酉十二月二十四日 漫筆. 『이목구심서 1』

몸이 아프면 마음이 온통 아픈 곳에 쏠려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맛있는 음식도 좋아하던 서책도 뜬구름이 눈앞을 스쳐 지나가듯 무심한 존재가 되고 만다.

그렇다면 몸이 병든 것인가, 정신이 병든 것인가?

몸이 병들면 십중팔구 마음도 병든다. 마음이 병들었는데 정신인들 온전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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