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힘 불어넣는 촌놈의 우직함과 솔직함”…성백술 시인 처녀시집 『복숭아나무를 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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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힘 불어넣는 촌놈의 우직함과 솔직함”…성백술 시인 처녀시집 『복숭아나무를 심다』
  • 심양우 기자
  • 승인 2015.07.20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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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충북 영동 시집 출판기념회에서 시집 『복숭아나무를 심다』에 사인하고 있는 성백술 시인. <사진=한도훈 시인 제공>

성백술 시인에게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는 과정은 새를 한 마리씩 죽이는 일이다.

어른이 되면 모두 새를 죽여버린다 / 야생의 들판과 하늘을 나는 새보다 / 더 높이 날기를 원했던 나의 새들은 / 내 손에 의해 한 마리씩 죽는다 / 오늘은 한 마리를 / 내일은 두 마리를 / 이제 몇 마리나 남았는지 알 수 없다 / 가슴속을 뒤지면 / 하루하루 손을 깊숙이 넣어야 한다 / 어른이 되기 위하여 / 나이를 더 먹기 위하여 / 가슴속의 새를 꺼내어 / 한 마리씩 죽여야 한다 -「새」 부분

그러나 가슴 속에 있는 새를 꺼내 죽이지 않고 차라리 절망을 선택함으로써 시인으로서의 삶을 산다.

새를 꺼내기 위해 가슴속에 단 한 번도 손을 넣지 못한 시인의 삶은 최근 출간된 첫 번째 시집 『복숭아나무를 심다』(시와에세이)에 고스란히 담겼다.

지천명을 넘겨 지난해 『시에티카』로 늦깎이 등단한 성백술 시인은 충북 영동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시인은 “나의 시는 몇 개의 중독으로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알코올중독, 니코틴중독, 애정 결핍 그리고 지독한 가난과의 싸움 등이 그것이다.

 

그래서 시인에게 “시는 그 몇 가지의 중독이 남긴 결과물, 즉 배설물들”이다. 그것은 곧 이렇게 살아있다는 영역 표시에 다름 아니다.

대학 1년 선배인 이승하 시인(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은 성백술 시인의 시에 대해 “그 어떤 기교도 상징도 은유도 역설도 찾아보기 어려우므로 반(反) 모더니즘 시라고 할까. 그런데 감동을 준다. 삼라만상에 미만해 있는 생명체 생로병사의 아픔을 전해주기에 가슴이 찡하고 인간세상 희로애락의 비의를 전해주기에 코끝이 시큰하다”고 말한다.

또 “소통불능의 시가 양산되는 요즈음에는 시를 읽다 피곤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그의 시는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따뜻한 위안을 준다”며 “촌놈의 우직함과 솔직함이 우리에게 살아갈 힘을 불어넣어 준다”고 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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