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본성…“동물은 자연히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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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본성…“동물은 자연히 안다”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7.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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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136)

[한정주 역사평론가] 다리가 부러진 꿩은 송진을 바르면 접골이 되고, 벌에게 쏘인 거미는 토란 줄기를 씹어 그 물을 바르면 낫고, 쥐가 비상에 중독되면 변소에 급히 들어가 똥물을 먹으면 깨어난다.

유부(兪拊)·편작(扁鵲)이 꿩을 가르친 것이 아니고 거미와 쥐가 뇌공(雷公)·기백(歧伯)의 글을 읽은 것도 아니다.

또 병들지 않았을 때에는 무엇이 약이 되는지 모르고 있다가 병이 들면 재빨리 어떤 것이 약이 된다는 것을 자연히 안다. 곧 그 약물을 취하기를 자석(磁石)이 바늘을 끌듯 어린아이가 젖을 빨듯 하였으니 저들도 왜 그러한지는 모른다.

이는 하늘이 하는 것이요, 자연히 알게 하지 않으면 누가 치료하여 주겠는가. 하늘의 마음은 어질도다.

잡서(雜書) 가운데 의서(醫書)가 만 권이 넘는데도 사람마다 제 병을 스스로 치료하지 못함은 물론 의술을 업으로 하는 자라도 사람을 살리지 못한다.

그것은 혹시 마음이 번잡하여 꿩·거미·쥐 등의 자연스럽고 또 전일한 것과 같지 못해서인가.

雉折足而傳松脂則接 蜘蛛爲蜂所螫 而嚼芋莖傳其汁而愈 鼠中砒礵毒 則急入圊中啖穢而甦 兪扁非敎雉也 蛛與鼠非讀雷公歧伯之書也 且其不病之時 不知其何者爲藥 及其病也 斯須之間 以某物爲藥之心 自然出 直取其藥物 如磁石之引針 嬰兒之吸乳 渠亦不知其然也 是天爲之也 不使之自然而知 則誰醫之乎 天之仁心也歟 雜家中醫書踰萬卷 而不惟人人不能自治其病 雖有業醫者 不能活人 或心歧而不如雉蜘蛛鼠之自然而且專一乎. 『이목구심서 1』

필요할 때 필요한 것을 필요한 만큼만 취하는 것. 그것이 바로 자연의 본성이다.

의서가 수 만권이고 의원이 수 천 명인데도 병을 고치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의술(醫術)과 의약(醫藥)이 지나치게 번다하고 복잡하게 발전할수록 자연의 본성에서 멀어지기 때문은 아닐까?

꿩과 거미와 쥐에게 물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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