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과 사주…“인간은 필연보다 우연에 지배받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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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과 사주…“인간은 필연보다 우연에 지배받는 존재”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8.03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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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142)

[한정주 역사평론가] 쉽사리 풍감(風鑑: 관상 보는 것)이나 성수(星數: 사주 보는 것)의 설에 현혹되어 멋대로 기뻐하거나 두려워하는 사람이 환난이나 영리(榮利)에 당하여 올바르게 할는지를 내가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易惑於風鑑星數之說 而喜懼無常者 當患難榮利而得其正 吾未知信也. 『이목구심서 2』

박지원 또한 『열하일기』의 ‘호질(虎叱)’에서 무당을 무함(誣陷)이라는 의심과 거짓으로 먹고 사는 인간 군상으로 풍자했다. 더욱이 호랑이의 입을 빌어 무당은 귀신을 속이고 사람을 현혹시켜 일 년에도 몇 만 명씩 예사로 사람을 죽인다고 심하게 꾸짖었다.

사기꾼의 말에 현혹되는 사람은 과욕(過慾)과 탐욕(貪慾) 때문에 진위(眞僞) 여부를 판단하지 못한다. 무당의 말에 현혹되는 사람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이익과 권세와 명예와 출세에 대한 과욕과 탐욕 탓에 무당의 말을 추종한다. 더욱이 불행과 질병과 환란(患亂)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때문에 무당의 말을 맹신한다.

하지만 이익과 권세와 명예와 출세는 자신의 운과 능력과 행동에 따라 얻기도 하고 잃기도 하는 것이지 무당의 말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불행과 질병과 환란은 피하고 싶다고 해서 피할 수 있고, 덮고 싶다고 해서 덮어지고, 외면하고 싶다고 해서 외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당의 말 때문에 행복해지거나 불행해지지 않고, 건강하거나 질병에 걸리지 않고, 환란을 당하거나 피하는 것도 아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라. 세상 모든 일은 그렇게 된 까닭과 이유가 없는 것이 없다. 단지 우리가 알거나 깨우치지 못할 뿐이다.

인생이란 자신의 생각과 계획대로 되는 일보다 그렇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간은 필연보다 우연에 지배받는 존재다. 아무리 치밀하게 예측해 계획을 세우고 철저하게 계산해 대비한다고 해도 인간의 삶은 우연의 힘 앞에서 무력하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라도 그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가야 할 길을 갈 뿐 사주나 관상과 같은 설에 귀 기울일 필요가 없다. 피할 수 있는 일이면 어떻게 해도 피하게 되고, 피할 수 없는 일이면 어떻게 해도 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혼하려고 마음먹은 남녀가 사주궁합이 안 맞는다고 결혼을 포기하겠는가? 결혼할 마음이 없는 남녀가 사주궁합이 잘 맞는다고 결혼하겠는가? 뭐 특별한 뜻 없이 재미 삼아 혹은 참고삼아 한다면 상관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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