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순환출자 규제가 본질 아니다…계열사 출자도 가공자본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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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개혁, 순환출자 규제가 본질 아니다…계열사 출자도 가공자본 창출”
  • 이성태 기자
  • 승인 2015.08.0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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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롯데그룹 사태를 계기로 한국 재벌그룹들의 소유·지배구조 문제의 핵심으로 (환상형)순환출자 규제가 논의되고 있지만 이는 피상적인 인식으로 재벌개혁의 실패를 되풀이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제개혁연대는 7일 “순환출자와 같은 가공자본 창출 효과는 (100% 완전자회사 출자 방식이 아닌 한) 모든 형태의 계열사 출자에 다 존재한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A→B→C→D→A의 순환출자만이 아니라 A→B→C→D의 다단계 출자(pyramiding)에도 적은 자본으로 많은 회사를 지배하는 효과가 발생해 순환출자만 규제하고 계열사 출자를 방치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경제개혁연대는 “순환출자 규제를 시행한다고 해서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낳는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2012년 대선 과정에서도 논란이 됐지만 순환출자를 규제하는 현실적인 방법은 해당 그룹으로 하여금 순환출자 고리의 어느 한 출자단계를 선택해 그 지분을 매각하게 하거나 또는 의결권을 제한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각 그룹의 순환출자 고리에는 약한 출자단계, 즉 해당 출자의 지분율이 낮거나 또는 그룹의 내부지분율이 워낙 높아서 해당 출자의 의결권이 제한돼도 지배에 큰 문제가 없는 출자단계가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순환출자 규제를 도입하면 해당 그룹은 그 약한 출자단계만을 선택적으로 해소함으로써 규제를 벗어날 수 있게 되는데, 그렇다고 계열사 출자의 가공자본 창출효과가 크게 감소하는 것도 아니다.

예컨대 공정위가 발표한 61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11개 그룹에는 총 459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존재한다. 그 중 모든 출자단계가 1% 이상의 지분으로 연결된 것이 337개이고, 나머지 122개의 순환출자 고리에는 지분율이 1% 미만인 출자단계가 섞여 있다.

특히 롯데그룹의 경우에는 순환출자 고리가 416개나 되지만 1% 미만의 출자단계가 섞여 있는 것이 117개나 된다. 따라서 롯데그룹은 이들 약한 출자단계의 일부만 해소해도 대부분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이때 역시 신격호 총괄회장 일가의 지배권이 크게 약화되는 것도 아니고 롯데그룹의 소유구조의 투명성이 크게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롯데그룹이 2013년 9만5033개나 되던 순환출자 고리를 큰 비용부담 없이 2년 만에 416개로까지 줄일 수 있었던 것도, 여전히 롯데그룹의 소유구조가 불투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기존)순환출자를 규제하게 되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그룹은 사실상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 그룹뿐이다. 금산분리 규제가 사실상 삼성그룹만의 문제이듯이 순환출자 규제는 이들 2개 그룹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즉 롯데그룹의 소유구조 문제는 순환출자 문제도 아니고 금산분리 문제도 아니다며 각 그룹마다 문제의 원인들이 다 다르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롯데그룹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공정거래법 규제가 별 실효성이 없으며 롯데그룹의 문제를 곧바로 재벌 전체의 문제로 일반화하면서 공정거래법 규제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 역시 별로 합리적인 접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주주권을 강화하는 상법 개정과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등이 지속가능한 개혁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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