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로운 이익과 의롭지 못한 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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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로운 이익과 의롭지 못한 이익
  • 한정주 기자
  • 승인 2015.08.27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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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이덕무의 『이목구심서』와 『선귤당농소』로 본 일상의 가치와 미학(152)

[한정주 역사평론가] 의롭지 못한 사람은 분수를 알지 못한다. 의롭지 못한 사람 가운데에서도 자기 분수를 아는 사람이 있지만 편안하게 자기 집에서 늙어 죽는 사람은 만에 하나나 있을까 말까 하다.

어떤 장사꾼 하나가 있었는데, 그는 저울대를 뚫고 그 빈 곳에 둥근 납덩이를 넣되 그 납덩이는 매끄러워 굴러도 소리가 나지 않게 하였다.

자기 물건을 팔 때는 그 납을 몰래 굴려서 저울대의 머리 쪽에 오게 해 무겁게 하여 무게를 속이고, 자기가 남의 물건을 살 경우에는 그 반대로 하여 싼 값을 주었다. 늙을 때까지 배불리 지냈으나 다른 사람들은 이런 속임수를 알지 못하였다.

그가 병들어 죽을 즈음에 그의 아들을 불러 경계하기를 “내가 치부할 수 있었던 것은 연환(鉛丸) 든 저울대를 잘 조정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나치게 이익을 취하지 않고 알맞게 하였으므로 이득을 취한 것이 들통 나지 않고, 속임수가 발각되지 않았다. 그러니 너는 나를 계승하되 실패하지 않도록 조심하라” 하였다.

그러나 그후 그의 아들은 남의 물건을 두 배나 속여 취했으므로 부정한 방법으로 물건을 취득했다는 죄를 받아 죽었다.

不義者 非知分也 雖然 不義之中 有知分者而老死牖下萬一也 有業商者 鑿秤空其中 納鉛丸 可滑轉無聲 賣自己物 則暗轉丸于秤頭 使之重 買人之物 則反是焉 與輕價 至老齧肉 人不知也 病將死 召其子戒曰 吾所致貲者 丸秤而低昂之也 雖然 未嘗大取 而適可以止 利無算而術不敗也 汝其紹我 愼勿墜也 後子倍取人物 坐贓死. 『이목구심서 3』

이로움을 추구하더라도 마땅히 ‘의로운 이익’인가 ‘의롭지 못한 이익’인가를 살필 줄 알아야 한다.

의로움과 이로움이 충돌할 때 이로움보다 의로움을 앞세운다면 ‘의로운 이익’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의로움과 이로움이 충돌할 때 의로움보다 이로움을 앞세운다면 ‘의롭지 못한 이익’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도대체 ‘의로운 이익’은 무엇이고 ‘의롭지 못한 이익’은 무엇인가?

‘의로운 이익’이란 쉽게 말해 모든 사람이 더불어 나누고 잘 사는 이익 추구이다. 반면 ‘의롭지 못한 이익’은 자신의 배만 불리고 자신의 욕심만 채우는 이익 추구이다.

부정한 방법으로 이익을 얻는 것은 왜 의롭지 못한가? 남을 속여 손해를 입히고, 그것을 자신의 이익으로 취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야말로 다른 사람의 피를 빨아 자신의 배를 불리고 욕심을 채우는 흡혈귀 같은 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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