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지분은 ‘큰손’…의결권은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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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지분은 ‘큰손’…의결권은 ‘식물’
  • 김윤태 기자
  • 승인 2014.03.12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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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경영진 퇴진·대주주 전횡 견제 불가능 구조
 

주식시장의 ‘큰손’ 국민연금이 주식투자를 늘리며 투자기업의 지분을 확대해 가고 있지만 순환출자에 따른 대주주 우호지분에 막혀 사실상 ‘식물 주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그룹 상장사 가운데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갖고 있는 87개사의 국민연금 평균 지분율은 7.98%인데 반해 이들 기업의 대주주 및 특수관계 우호지분은 37.01%로 4.6배에 달해 국민연금이 의사를 관철할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막혀 있는 것이다.

12일 CEO스코어가 30대 그룹 183개 상장사의 국민연금이 투자현황을 조사할 결과 지난 2월말 기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87개사로 평균평균 지분율은 7.98%, 투자지분 가치는 51조2천4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10%룰’ 해제 이후 국민연금 투자 지분율이 10%를 초과한 기업도 17개에 달했다.

국민연금 지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12.74%를 보유한 LG상사다. 또 삼성물산(12.71%), CJ제일제당(12.69%), SKC(12.53%), 제일모직(11.63%), LS(11.39%), LG하우시스(11.34%), 롯데푸드(11.32%), LG이노텍(11.22%), 현대건설(11.17%) 등이 톱10을 차지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대주주일가 및 우호지분은 37.01%로 국민연금 지분의 4.6배에 달한다.

국민연금이 9.2%의 지분을 가진 롯데하이마트는 대주주일가 및 계열사 우호지분이 65.3%에 달해 7배나 많았고 역시 국민연금이 10.1%의 지분을 갖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도 대주주 우호지분이 68.2%로 6.8배나 높았다.

국민연금 지분이 9.2%인 대우인터내셔널도 대주주 지분이 60.3%에 달해 6.5배였고 유니드 역시 국민연금 지분 10.4% 대주주 우호지분 55.7%로 5.3배였다.

국민연금 지분과 대주주 우호지분간 차이가 가장 적은 곳은 제일모직으로 국민연금 11.6%, 대주주 12.2%로 그 격차가 0.6%포인트에 불과했다.

삼성물산도 국민연금 12.7%, 대주주 13.8%로 차이가 1.1%포인트에 그쳤고 SK케미칼(4.4%포인트), 제일기획(8.0%포인트)도 10%포인트 미만의 격차를 보였다.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의지를 보이며 대주주 일가가 순환출자로 인한 계열사 지분과 특수관계인 등 보이지 않는 우호지분도 대거 확보하고 있어 표 대결로 가면 번번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87개사 중 국민연금이 초대주주인 회사는 8개, 2대 주주인 회사는 38개 등 총 46개로 절반이 넘지만 대주주일가 및 특수관계인들의 우호지분을 넘어서는 경우는 단 한 곳도 없어 물리적인 의결권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횡령이나 배임 등 비리 경영진의 퇴진은 물론 대주주의 전횡조차 견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민연금이 주요 주주로 있는 30대 그룹 87개 상장사 사외이사 291명 중 10년 이상 재임자는 SK케미칼, 한진, 대한항공 등에 각 1명씩 총 3명(1%)에 불과하다.

특히 5년을 쉬었다 사외이사로 다시 선임될 경우 이를 허용하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어 사실상 게열사를 돌며 연임하는 기존의 행태를 원천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출석률 75%(2013년 기준)에 미달하는 사외이사도 LG디스플레이, LG생명과학, LG상사, 삼성물산, 한진 등에 1명씩 5명(1.7%)뿐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연기금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주주가치 훼손을 용납하지 않고 있는데 반해 국민연금은 수십조원의 막대한 국민자본을 투자해 재벌 대주주일가보다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의 독특한 순환출자 구조와 기업 우호지분에 밀려 경영진의 전횡을 견제하고 주주가치를 지킬만한 창과 방패가 전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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